Prince

FOR YOU

2016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프린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이자 뮤지션으로 한 시대를 살았다. 그는 무려 39장의 정규 음반을 냈는데,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1980년대 중반 이후 음반보다 초기작에서 보이는 야생의, 덜 다듬어진 것 같은 음악이야말로 숨겨진 프린스의 면모다. 제왕적 카리스마나 두문불출하는 미스터리 뮤지션의 이미지를 갖기 이전, ‘왕자님’같이 달콤한 노래를 부르던 그의 데뷔 음반이 <For You>다.

 

 

Jodeci

DIARY OF A MAD BAND

더러운 것과 섹시한 것은 ‘한 끗’ 차이. 조데시가 수많은 1990년대 뉴 잭 스윙과 R&B 그룹 중에서도 유난히 컬트 아이콘으로 재생산되며 생명력을 잃지 않는 건 그들만의 ‘퇴폐미’ 덕분일 터. 보이즈 투 맨의 매끈한 화음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선 저녁 데이트에 어울린다면, 조데시의 박력 넘치고 절규하는 듯한 보컬은 몸이 달아 일단 옷부터 벗어젖히는 자정 무렵에 제격이랄까. 시종 일관 간밤에 무슨 일을 했나 의심스러운, 탁하고 거친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랑과 밤과 섹스.

 

 

Mr Fingers

CEREAL HEMISPHERES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가 유독 거슬릴 때가 있다.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낯선 사람과 섹스를 할 때 특히 그런데, 그럴 때는 노랫말이 없는 딥 하우스를 듣는다. 클럽에서도 피크 타임이 지나고 취할 만큼 취한 늦은 새벽에 제 위력을 발휘하는 장르이니만큼, 침대에서도 다르지 않다. BPM은 120 정도로 꽤 빠르지만 그 무드만큼은 그야말로 ‘딥’한지라 시간을 잊게 만든다. 지난 4월, 딥 하우스라는 장르의 형성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래리 허드가 미스터 핑거스라는 이름으로 무려 24년 만에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Art of Noise

WHO’S AFRAID OF THE ART OF NOISE

흔히 ‘발레아릭 비트’라 칭하는, 1980년대 후반 이비사에서 영국으로 유입된 음악은 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 비틀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의 수많은 명반이 쏟아진 1967년을 일컫는 말)’에 이어 두 번째 ‘사랑의 여름’을 불러왔다. 지금 구찌가 벌이는 캠페인 ‘The Second Summer of Love’가 바로 그때를 일컫는다. 고립된 섬 이비사에서 일어난 놀라운 일들은 그곳이 EDM의 섬으로 변신한 지금까지도 그곳에만 머문다. 아트 오브 노이즈의 10분이 넘는 몽환적 대곡 ‘Moment in Love’는 춤추고 놀라고 만든 노래는 아니겠지만, 이비사의 영원한 송가로 남았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Gal Costa & Caetano Veloso

DOMINGO

포르투갈어만큼 사랑스러워 그 뜻을 알아듣고 싶은 언어가 또 있을까. 게다가 브라질의 두 남녀가 주고받는 말이라면. <Domingo>는 카에타누 벨로주와 가우 코스타라는, 훗날 브라질 대중음악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두 거장의 데뷔 음반이다. 그들이 이 음반을 발표한 직후 1960년대 말 사회 비판적인 트로피칼리즈무 운동을 이끌며 사이키델릭 실험에 빠지기 전, 박제하듯 기록된 단 한 장의 아름다운 일요일(Domi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