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todaydaeun이라는 계정으로 활동하는 심다은은 매일 그림일기를 쓰기 시작해 현재 팔로어가 12만 명에 가까운 작가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던 그는 휴학한 뒤 개인 작업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고민하다가 언젠가 과제로 그렸던 관찰 일기를 생각해냈다. 하나의 대상을 매일 다른 시점으로 관찰하는 것이 주제였는데 그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두고 작업을 하기로 한 것. 말 그대로 ‘일기’였기에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그림을 채워나갔다. 자신이 오늘 무슨 옷을 입었고, 핫도그는 어느 집이 맛있는지 같은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이었다. 그렇게 그리기 시작한 작은 일상은 조금씩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기 시작했다. “그 무렵 사람들이 다 이렇게 비슷비슷하게 산다는 걸 공감했고, 그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이후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할 만한 요소를 일상에서 찾아내 ‘다들 이렇게 산다’는면을 부각시키기 시작했어요.” 심다은이 그리는 일기의 포인트는 솔직함이다. ‘나는 언제 아늑한 나만의 집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원룸의 한쪽 모습을 그려 올리기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다른 사람이 스포일러를 퍼뜨리는 바람에 분통을 터뜨리는 내용도 있다. 최근 올린 일기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친구와 안 싸우고 여행하는 방법’이다. “오랫동안 같이 여행을 다닌 친구가 있는데 우리는 다투지 않기 위해 서운한 감정을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런 이야기들에 많은 분이 공감하시더라고요.”촬영하는 내내 현장을 관찰하며 차분히 즐기는 듯 보였던 심다은은 일기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좋지 않은 일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주변의 누군가가 짜증 나는 행동을 하거나 지하철에서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전 같으면 기분만 상하고 끝날 텐데 지금은 하루의 점을 찍어주는 특이한 소재라고 생각해 그런 일도 재밌는 그림일기 소재로 보게 됐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긍정적인 시점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 적도 물론 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일기로 시작했지만 이미 결이 달라진 것이니, 그 기분이 좋지 않은 하루 중에서도 다른 사건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어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지! 하고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요. 감정은 나중에 없어지니까 그날을 돌이켜봤을 때 기분 좋게 기억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나쁜 감정이 다 풀리지 않을 땐 혼자 글을 쭉 쓴 다음 나눌 만한 이야기를 편집해서 공유해요.”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좋다는 심다은은 현재의 자신을 넘어 과거의 자신에 관한 일기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오늘 하루의 순간순간도 나를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다섯 살 때의 나 역시 마찬가지죠. 그때를 기억해서 묶어보는는 작업도 재밌을 것 같아요.”
글로, 식물로, 그림으로 하루를 기록하며 그날그날 의미를 만든다. 매일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