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Classic Christmas,
빙 크로스비 <Bing Crosby’s Christmas>
크리스마스는 클리셰의 날. 빙 크로스비의 캐럴을 듣지 않으면 섭섭하다. 1977년 당시 빙 크로스비의 거짓말 같은 목소리, 동화 같아서 신비롭기까지 한 악기들의 합주는 우리를 핀란드의 작은 오두막으로 데려간다. 서른 곡에 가까운 앨범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파자마를 입고 얌전히 누워 양말 속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for Groovy Christmas,
존 레전드 <A Legendary Christmas>
올해 초 둘째 아이를 얻은 존 레전드는 네 식구가 함께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를 자신이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기념하려는 듯하다. 스티비 원더의 유쾌한 하모니카 소리로 시작하는 1번 트랙에서 알 수 있듯 앨범은 전체적으로 밝고 따듯하다. 존 레전드는 에스페란자 스팔딩과 함께 부른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를 포함해 몇몇 곡을 재지하게 소화하는데, 이 또한 앨범의 묘미 중 하나다.
for Waiting for the Day,
f(x) <Winter Garden>
SM이 매년 발표하는 캐럴 앨범은 좀 더 높이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발매한 f(x)의 ‘12시 25분’이 그렇다. 크리스탈이 눈송이처럼 맑은 목소리로 ‘흰 눈이 오는지 창문 밖을 보는 일, 설레는 겨울 알람’ 하고 첫 소절을 부르면 바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싶어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게 옆집 벽일 뿐이라도.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듣기에 더 좋다.
for Black Christmas,
토니 브랙스턴 <Snow Flakes>
담요 같은 토니 브랙스턴의 목소리만큼 겨울밤에 어울리는 것도 없다. 그녀가 낸 단 한 장의 캐럴 앨범 <Snow Flakes>는 우리가 토니 브랙스턴에게 바라는 것과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이 모두 담겨 있다. 무디한 R&B 멜로디 안에서 어딘가 구슬프게 홀리데이를 축하하는 타이틀곡 ‘Holiday Celebrate’부터 토니 브랙스턴이 재해석한 고전 캐럴까지 적당히 흥겨우면서도 크리스마스 기분에 젖기 좋은 앨범이다.
for Lonely Christmas,
장필순 <소길 10화>
‘다 사랑받는 건 아냐 행복한 것도 아냐 사람들 웃음에 서글퍼져’. 장필순이 제주에 머물면서 만든 열세 번째 곡 ‘그래도 Merry Christmas’는 이렇게 시작한다. 목소리 밖에는 낡은 피아노 소리뿐. 노래는 느리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장필순은 고요히, 혼자 방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사람들을 위해 노래한다. 이 곡은 최근 발매한 장필순 8집 마지막에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