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결성된 밴드 ‘넘넘’이 첫 EP <넘>을 낸 건 2019년 5월이다. 보컬 이윤정과 기타 이승혁, 베이스 이재 세 명으로 구성된 넘넘은 전자음이 섞인 강렬하고 러프한 록사운드를 주로 만들지만 그들 자신은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고 말한다.
이윤정은 삐삐밴드 시절보다 더 날카롭게 갈린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과 해도 안 해도 상관없는 말들을 내지른다. 이윤정이 쓰는 가사에는 ‘먹방’, ‘몰카’ 등 사회 문제에 관한 일갈과 비행기 안에서 혼자 하는 생각 ‘밥은 언제쯤 나올려나 아아오 아오’ 같은 말이 섞여 있다. 말들은 묵직한 한 방이 아닌 기존의 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쌓이거나 단단해지지 않고 가볍게 섞이고 흐트러진다. 이윤정은 한 인터뷰에서 ‘삐삐밴드 시절에 배운 가사 쓰는 방식은 오직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같은 해 10월에 두 번째 EP <넘넘>을 낸 후 넘넘은 올 8월 새 싱글 <NEWS>를 발매했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로, 타이틀곡 ‘말이 먼저 나는 새’는 방 안에서 웹 상을 날아다니며 가짜로 사는 이들을 풍자한다. 한 번 들으면 귀에 박히는 후크송들과는 다르게 웰 메이드로서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은 이윤정의 독보적인 목소리를 태우고 리드미컬하게 달려 나간다. 이전의 EP들보다 러프해진 보컬 톤, 뚜렷한 악기 소리는 넘넘이 지향하는 바를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수록곡 ‘warp! warp!’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향해 ‘언니가 잘 나갔던 그 때는 어땠나 지금 나 같은 위험은 아니겠지’, 내 사진에 달린 하튼 사만 사만 수많은 댓글들이 불타오르죠’ 라고 소리 높여 노래한다.
1995년에 제일 새로운 걸 했던 밴드의 패기와 세련을 그대로 가지고, 없던 것을 거칠게 만드는 이윤정과 넘넘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누나는 아줌마라던데, 그래도 너보다 훨씬 멋있잖아’ (‘Rock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