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을 향해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달려가며,
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2>에서
할리퀸(마고 로비)은 이렇게 시작한다.
DC 유니버스 속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늘어가는 메타휴먼(초능력을 가진 인간)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 중죄를 지은 슈퍼 빌런들을 모아 만든 팀이다.
지시대로만 해야 하며 불응할 경우
목 뒤에 심긴 칩이 터져 죽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2>는
생동하는 카메라 워킹과 액션이
B급 호러 영화 같은 CG와
8-90년대 음악을 만나 훨씬 펑키해졌다.
피스 메이커 (존 시나), 블러드스포트 (이드리스 엘바),
랫캐처2 (다니엘라 멜시오르) 등 7명의 빌런 모두
개성이 넘치고 그 중 최고는 역시 할리퀸이다.
잊혀지지 않는 장면 하나.
첫 팀에서 혼자 살아남은 할리퀸은 포위된 이후
적국의 왕에게 프로포즈를 받지만
왕이 사랑을 확신하며 몇 마디를 내뱉은 순간,
가차 없이 그를 쏘아 죽인다.
그리고 말한다.
“다음 남자친구는 조금이라도 이상해 보이면 죽이기로 했거든.
내 남자들은 조용히 떠나지 않아.”
그리곤 자신의 개를 괴롭히거나 자신이 듣는 음악을
구리다고 말하는 전 남친들에 대해 스치듯 말한다.
할리퀸은 원작에서 조커를 사랑해서
조커처럼 미쳐버린 캐릭터다.
할리퀸은 혼자 움직인다.
블러드스포트 일행이 할리퀸 구출 작전을 개시하지만
그동안 할리퀸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하느라
그냥 잡혀 있을 수가 없다.
자신을 고문하던 남자가 혼자 있는 틈을 타
다리의 힘만으로 목을 졸라 죽이는가 하면
기관총을 뺏어들고 포진되어 있는 적군에게 뛰어들며 총을 난사한다.
이 장면은 그래픽, 음악,
그리고 마고 로비의 눈빛이 어우러져 강렬하게 아름답다.
인상적으로 아름다운 몇몇 씬들은
마지막까지 할리퀸과 함께 한다.
빌런의 미션은 필연적으로 히어로보다
더 절박하게 수행되는지도 모른다.
히어로가 미션에 실패하면 무고한 시민들이 죽지만
이들이 실패할 경우 죽는 건 자신이니까.
어차피 약간 돌은자인 할리퀸은
그러한 절박함과는 무관히 천진난만하고 용감하다.
극장가에 용감한 여자들이 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