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공개돼 한국은 물론 넷플릭스 월드차트에서 하루만에 1위에 오르며 K콘텐츠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옥’은 2004년 연상호 감독이 단편 애니메이션 형식을 통해 선보인 바 있고, 이후 ‘송곳’을 그린 최규석 작가와 함께 웹툰으로 연재했던 것을 다시 드라마로 리메이크했습니다. 이미 웹툰 제작 당시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뒀었다는 연상호 감독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와 볼거리로 재탄생한 ‘지옥’은 신의 존재와 신의 의도를 말하는 새진리회의 말이 진실일지, 초자연적 현상의 실체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의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CG로 구현된 지옥의 사자와 강렬하고 파괴적인 그림이 시각적 충격을 주고, 종말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한 사회와 그로 인해 극단적으로 변한 인간군상들의 행동은 꽤 충격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묵직한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배우들은 혼신의 연기로 몰입도를 높입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 몇줄만으로 끌림이 있는 작품이 있다. ‘지옥’은 대본을 보기도 전에 마음이 끌렸고, 대본을 보고는 미쳐버렸다” 유아인은 새진리회의 초대 의장 정진수 역할을 선보입니다. 기존에 사이비 종교나 사람들을 홀리는 의문의 인물들은 종종 드라마에 등장해왔죠. 그러나 유아인이 그리는 정진수는 시선을 끄는 화려한 의상이나 윽박지르듯 사람들을 휘두르는 연설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묵직하고 담담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죠. ‘지옥’ 시청자들마저 유아인이 말하는 신의 고지에 대해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만듭니다.
또 ‘지옥’의 2막 이야기를 이끄는 박정민은 앞선 이야기와 결이 다르게 현실성을 더한 캐릭터와 연기로 몰입하게 만들죠. 새진리회가 뒤덮은 세상에서 분투하는 김현주, 양익준, 원진아도 열연했습니다. ‘지옥’에는 단연 가장 강력한 에피소드로 볼 수 있는 박정자 에피소드를 연기한 김신록, 새진리회의 사제로 공포심을 더한 류경수, 그리고 미쳐돌아가는 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살촉 유튜버 김도윤까지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로 꽉 채워졌습니다.
공개 하루만인 20일 ‘지옥’은 넷플릭스 월드 차트 1위에 오르며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흥행 성적도 좋지만 특히 ‘지옥은 한국 콘텐츠의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소비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담론을 생산해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연상호 감독. ‘지옥’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요. 앞으로 ‘지옥’이 만들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