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와 솔로를 오가며 다정한 음악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미니 앨범이 늦게 오는 봄을 재촉한다. 2020년 정규 3집 이후로 발매된 미니 앨범 <Leftover>는 음악을 하며 보낸 20년의 시간이 그에게 남긴 것들로 묶어냈다. 밴드 ‘아톰북’부터 ‘빅베이비드라이버’를 하며 써왔던 곡들 가운데 공개되지 않았거나 자리를 찾지 못한 곡들을 다듬고 추렸다. 타이틀곡 ‘Where Do We Go from Here’은 2000년대 초반의 싱그러운 여름이 떠오르는데 그게 되려 새롭다. 집단 바이러스로 마스크 없이 외출을 할 수 없게 될 줄 몰랐던 그 시절의 천진함이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이 곡 속에 살아있다. ‘Let Me Take You to the Edge of the World’ 는 낡은 오르간 소리로 경쾌한 흐름을 이어간다. 다정하게 비밀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일렉 기타, 베이스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빈 틈 없이 채운다. ‘카디건스’가 떠오르기도 하는 ‘Monster’에서는 오르간 소리가 더 빈티지하게 느껴진다. ‘입에서 달을 뱉어내’고 ‘혀로 해를 어떻게 나누는지 보여주’는 괴물을 노래하는 가사에서 빅베이비드라이버만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I Won’t Do It Again’은 뮤지션의 유쾌함이 드러나는 곡이다. 오르간 멜로디와 드럼 비트, 오밀조밀한 사운드로 구성된 익살스러운 연주가 1분 넘게 이어지고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유명한 대사들이 믹싱된다. 한국 고전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라는 뮤지션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다. 두터운 밴드 사운드로 시작되는 마지막 곡 ‘How to Kill My United Blues’에서는 지금껏 다정하던 목소리에 힘을 뺀다. 평온한 세계에 균열을 가하듯 긁어내는 기타 사운드는 뮤지션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한 축을 보여준다.
과거가 ‘남긴 것’에 이어 현재 ‘남은 것’들은 <Leftover>와 짝을 이루는 앨범 <Reminder>에 묶여 5월에 발매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