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온다
이수지 작가의 최근작 <여름이 온다>는 지난 달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우수상 (스페셜 멘션)을 받았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는 작가의 제안대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역동적이고 거침없는 선들이 음악을 타고 본격적으로 여름을 향해 달려간다. 상황을 알리는 몇 줄의 문장은 그림 속으로 빠져드는 간결한 도움닫기일 뿐이다.
파랗게 드리워진 커튼 아래 연주자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연주가 시작되고 막이 오르면 작가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마당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아이와 동물과 어른이 어우러져 한바탕 물싸움을 벌이는 1악장, 쏟아지는 빗방울이 음표처럼 발끝에서 달싹이는 한 여름의 소나기를 표현한 2악장, 태풍이 몰려오는 마당에서 바람에 휩쓸리는 나무와 구름, 그 안에서 다 함께 손을 잡고 안전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3악장까지. 비발디의 음악만큼 격동적인 여름의 터지고 퍼지고 넘어지기 직전의 순간이 작가의 손끝에서 선명하게 살아난다. 인간과 동물은 자연 안에서 가장 생동하는 시간을 보내는데 작가는 매 페이지마다 그 모습을 새롭고 과감하게 표현한다. 감각적이고 정형화 되지 않은 그림체, 다양한 구도와 강렬한 색감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새로운 정동을 불러일으킨다.
파도야 놀자
<파도야 놀자>는 작가가 2009년 펴낸 보다 간결한 이야기다. 아이와 엄마가 바닷가에 왔다. 아이는 잠잠한 파도에게 다가가고, 들락날락하는 파도와 장난치고, 파도 속에 들어가고, 파도에 호되게 당하기도 한다. 배경과 인물이 같은 단조로운 구도 안에서 유일하게 동적으로 매번 다르게 표현되는 파도의 모양이 이 책의 백미다. 아이의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떠나지 않고 파도는 아이에게 조그만 바다의 선물들을 남긴다. <파도야 놀자>는 뉴욕 타임스에서 선정한 우수 그림책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