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전 웬델은 장애를 타고 나지 않았다. 비장애인으로 활발히 살아가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강렬한 피로와 함께 병의 징후를 느꼈다. 이후부터 ‘근육통성 뇌척수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기까지 그의 경험들은 장애인을 둘러싼 비장애인들의 잘못된 통념이 얼마나 강력한지와 그것이 비장애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직시하게 했다.
때문에 그는 장애가 의학적인 상태가 아닌 사회적인 상태임을 강조한다. 장애를 정의할 때 비교 대상이 되는 비장애인의 ‘정상성’을 구성하는 것은 각 사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장애는 건강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조직된 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이다.
그렇게 보면 비장애인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좋은 태도를 가지면 불행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지만 우리는 점차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갑자기 죽지 않는 한 모두 노인이 될 것이고 쉴 곳이 적은 공간에, 탈 것과 지면 간 넓은 거리에, 너무 많은 계단에 일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수전 웬델은 접근성만을 높였을 때 장애에 해당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음을 주지하며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공공의 의무인 것이다. 지금보다 다양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불편함 없이 어울리는 사회가 된다면 나와 다른 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무지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른 신체 (통제할 수 없는 몸)에 대한 두려움은 몸에 대한 환상을 반증한다. SNS를 휩쓰는 ‘바디 프로필’ 열풍만 보아도 이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원하는 몸을 갖기 위해 내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이 운이 나빠서, (후천적 장애라면)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라고 장애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주변화시키기 쉽고 장애인으로 하여금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만든다. 수전 웬델은 이상화된 몸이 아닌 실제의 몸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장애인의 경험이 비장애인의 죽음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장애인의 삶과 이야기를 더 많이 드러내어 사회적 자료로 사용하고 장애인 개개인에 맞는 유연한 시간과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장애인을 무능력하게 여기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공공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려면 가장 먼저 이동권이 갖춰져야 한다. 어떤 일을 재능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것과 접근할 수 없어서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또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애인의 모습이 같은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비장애인보다 훨씬 긴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모습뿐이라면, 장애인을 향한 비장애인의 시선은 언제나 타자화 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향한 인식은 사회적 시스템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애인의 삶과 그에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반드시 정독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