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갤러리
G GALLERY

이정민

이정민, ‘Fan’, Interactive MS powerpoint animation on LED screen, 200×195cm, 2022

이정민
Lee Jeong Min

청담동에 위치한 지갤러리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고, 한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해온 그간의 행보를 키아프 서울에서 이어간다. 하이라이트 섹션에서 만날 수 있는 이정민 작가는 작업 도구로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파워포인트에서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로 선을 쌓아 길을 만들고 기둥을 세워 건물을 짓는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사물의 시간을 수집해 외부의 절대적 시간과 다른 흐름으로 이를 재현한다. ‘매우 빠르게’부터 ‘매우 느리게’라는 다섯 단계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부정확한 속도를 의도적으로 도입해 여러 종류의 시간 감각을 한 화면에 중첩한다. 키아프 서울 출품작인 ‘수집된 시간_한강’ 역시 한강 일대를 거니는 동안 관찰한 요소를 비현실적 크기로 바꾸고,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이게 처리해 시간의 상대성을 표현했다.

 

아트 프론트 갤러리
ART FRONT GALLERY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Bunpei Kado

Bunpei Kado, ‘Garden’, Mixed media, 363×363×250mm, 2023

분페이 카도
Bunpei Kado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도쿄 다이칸야마 기반의 아트 프론트 갤러리는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섹션에서 선보일 분페이 카도(Bunpei Kado)를 필두로 일본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한다. 부스 테마는 ‘매일의 수수께끼: 현대 생활의 재해석’으로 잡았다. 신진 조각가인 분페이 카도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넘치는 유머와 상상력으로 비튼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와 친숙한 주제를 새롭게 조합해 본래의 의미와 동떨어진 맥락으로 옮겨온다. 나아가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도 한다. 그의 작품이 가벼운 듯해도 무게감이 있고, 보이지 않는 것을 쉽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웃 나라 일본 미술 신의 다채로운 면면이 궁금하다면 아트 프런트 갤러리 부스로 향하자.

조현화랑
JOHYUN GALLERY

조종성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조종성, ‘이동 시점으로 본 풍경’, 장지에 먹, 165×165cm, 2011

조종성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조종성, ‘이동 시점으로 본 풍경 Yellow 22-14’, 장지 위에 먹, 안료, 50×50cm, 2022

조종성
Jo Jong Sung

부산 기반의 조현화랑은 키아프 서울에서 거장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동일 사이즈로 병치하는 기획의 묘를 발휘한다. 박서보, 김종학, 이배, 이소연, 조종성, 강강훈 작가의 회화 6점을 쌍으로 전시하는 것이다. 시대적 대조와 시각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물론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을 한눈에 관찰할 색다른 기회다. 하이라이트 섹션 작가 조종성은 동아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 금호영아티스트와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프로그램 대상 등에 선정된 바 있다. 그는 평면, 입체, 설치미술 등 다양한 시도를 작업에 도입했으나 최근에는 한국화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찾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거닐면서 여러 각도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화폭에 옮기는 ‘이동 시점’에서 착안해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이동 시점으로 본 풍경’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는 하나의 화면에 큼직한 획과 작은 풍경이 공존하는 ‘획으로부터’ 연작을 공개한다. 순환의 개념을 담아낸 조종성의 작품은 박서보 화백 작품과 나란히 걸릴 예정이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선보일 작품은? ‘획으로부터’라는 작품이다. 한 화면에 큰 획과 작은 풍경이 공존 하는데, 산수를 그리고 난 후 획을 친 건지, 획을 치고 나서 산수를 그린 건지 모호해 보인다. 무엇이 먼저 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과정의 순환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획은 산수가 되고, 산수는 다시 획이 된다. 캔버스 위에 장지를 씌운 다음 광이 날 때까지 먹물을 계속 올린 후 금분을 아교에 섞어 그린다. 화랑에서도 이번 페어를 위해 흥미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거장과 젊은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걸 예정으로, 내 작품은 거장 박서보 선생님의 작품 옆에 자리한다. 젊은 작가의 열정을 느끼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

작품의 세밀함이 두드러진다. 정교함을 구현하기 위해 작업 과정에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작은 세필 한 획 한 획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는 조용하거나 슬픈 음악을 주로 듣는다. 이마저도 방해가 될 때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한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자연의 이미지로 가득하던데. 나에게 자연은 일상이면서 취미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연결된다.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매일 자그마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특히 올해로 3년째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는데 씨앗을 심고, 꽃이 피고 진 후 그 씨앗으로 다시 봄 을 맞이하는 모든 순환의 과정이 신비롭고 경이롭다. 그 신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살아가 고 있다.

현대적 의미의 산수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산수화뿐 아니라 작품은 나의 이야기(혹은 생각)가 너와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때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산수화가 특별한 의미를 지녔음에도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이유는 자기의 이야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아프 서울을 찾은 관람객이 당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기를 바라는가? 내게도 ‘사소한 생각이 작업이 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던 시기가 있었다. 관람객 또한 작품과 만날 때 비록 대단하지 않게 여겨지더라도 자기 내면의 작은 생각과 감정을 솔직히 마주하기를 바란다.

 

갤러리 큐
GALLERY Q

리정옥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리정옥, ‘Hishoutai’, Pencil, pen, acrylic, paper on panel, 72.7×91cm, 2023

리정옥
Ri Jong Ok

도쿄 긴자에 위치한 갤러리 큐가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섹션에서 소개하는 리정옥 작가는 독특한 프로필로 눈길을 끈다. 1991년생으로 재일 북한인 3세 작가인 리정옥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국가, 사회,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관심을 작품에 반영한다”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역사나 현실과 허구의 관계를 예술 작품으로 전환하는 메타픽션적 시도를 통해 공동체라는 구조의 층위에 관해 탐구한다. 올해 페어 출품작은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군사적 소재에서 착안한 신작 5점. “머리 위를 덮는 구조를 가시화하고 싶다는 욕구가 작업의 동기 중 하나로 마음속에 있다. 우리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하늘은 어떠한 형태를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Blueprint(청사진)’라는 단어를 사용해 찾은 자료에서 골격과 얼개를 구상한 후 연필과 펜을 활용해 세밀하게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