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
SUN GALLERY

이만나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이만나, ‘Forest’, Oil on canvas,130×97cm, 2022

이만나
Lee Man Na

1977년 인사동에 개관한 선화랑은 키아프 서울에서 ‘시대를 바라본 또 다른 시각’이라는 화두로 장르와 세대를 고루 분배한 13인의 작가를 내세운다. 강유진, 곽훈, 김구림, 김명식, 김정수, 모준석, 박현웅, 송지연, 이길우, 이만나, 이숙자, 이영지, 채은미 작가가 그 주인공. 한국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원로 작가부터 미술 시장의 주류에 영합하기보다는 확실한 개념으로 밀도 높은 작품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작가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시대를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특히 하이라이트 섹션에서 만날 이만나 작가는 쉽게 놓치기 쉬운 일상을 섬세하게 포착한 회화를 보여준다. 가령 흐린 날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 뿌연 안개, 어두운 밤을 희미하게 밝히는 조명 등을 그려내는 것. 그는 유화물감을 아주 얇게 여러 번 덧칠하는 글레이징 기법으로 디테일을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이 덕분에 그림을 보는 각도에 따라 그 깊이감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만나가 캔버스에 구현한 도시 풍경은 익숙하지만 잊고 있던 우리의 기억을 새삼스레 환기한다.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채성필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채성필, ‘물의 초상’, 캔버스에 천연 안료,160×220cm, 2023

채성필
Chae Sung Pil

갤러리 그림손은 ‘회화에서 미디어까지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특정한 장르에 국한하기보다는 작가 자신을 새로운 장르로 만들어가는 5인의 작가에게 집중한다.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익숙한 캐릭터를 재탄생시키는 김병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진주를 재료로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김종숙, 사진과 영상을 결합해 새로운 공간감을 표현하는 임창민, 일본 출신 호주 작가로 올해 키아프 서울을 통해 한국 미술계에 첫선을 보이는 고 슈가(Go Suga)와 하이라이트 섹션에 선정된 채성필 작가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에서 유학한 채성필은 일명 ‘흙의 작가’로 불린다. 그에게는 자연의 요소인 흙이야말로 가장 근원적 재료이며, 이를 통해 작품에 우연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흙 외에도 자연에서 채취한 원료로 만든 잉크와 안료, 천연수지를 혼합해 사용한다. 그의 작품은 파리 시청, 파리 피노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채성필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흙 그림은 이번 키아프 서울 갤러리 그림손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갤러리 2
GALLERY 2

김웅현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김웅현, ‘Hindenburg lounge’, HD video, 3D animation, footage, color, sound, 15min, 2022

김웅현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김웅현, ‘Plastic-bag UVmap’, Urethane casting on acrylic, 17×24×42cm, 2020

김웅현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김웅현, ‘Night Meeting’, HD video, sound, color, 30min, 2019

김웅현
Kim Woong Hyun

평창동에 자리한 갤러리2는 총 6인의 작가와 함께 키아프 서울 부스를 꾸린다. 회화,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로 기존의 아트 페어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작품들을 대담하게 구성한다. 동양화(권세진), 서양화(박주애·유창창·이은새), 설치미술(김태연), 영상(김웅현)을 통해 작가 개개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중 하이라이트 섹션에 선정된 김웅현 작가는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을 병행한다. 지난 몇 년간 ‘퍼폼’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비물질 시각예술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나아가 소장 및 유통하는 가능성을 실험했다. 작업에서도 미디어 작품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김웅현은 키아프 서울에서 게임을 할 때 몸에 부착하는 컨트롤러나 절단된 신체를 대신하는 인공 기구 등 신체와 관련한 기구를 모은 바니타스 3D 영상을 신작으로 공개한다. 의미심장한 작가의 고민을 담은 현대의 바니타스가 과연 어떤 심상을 자아낼지 작품으로 확인할 일이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선보일 작품은? 현재 제작 중인 것은 신체를 확장하거나 퇴화하는 기구를 모아놓은 바니타스 3D 영상 작품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저마다 다른 이유로 탄생한 기구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 만들어진 한 편의 정물화다.

그간의 작품에서는 역사적, 사회적 사건과 허구적 요소의 조합이 두드러진다. 나는 늘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에 서 있으려 노력하고, 작업은 그 경계를 다룬다. 여기에는 가짜와 진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실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석의 문제고 예술은 남들과 다른 관점의 해석을 내놓는 것이라 할 때, 내게도 삶의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이번 신작 또한 그렇게 출발했다. 신체를 연장하는 기구들은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서로 다른 층위를 갖게 된다. 여기에서 나의 질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들을 하나의 계층으로 매끈하게 병합한다면 무엇이 드러날까?’

아트 페어라는 플랫폼에서 미디어 작품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낼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전시 기획자로서 미디어 작품이 흰 벽에 그림인 척 걸려 있는 것이 과연 최선의 방식인지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러던 중 아트 페어에 참여하게 된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비물질 예술 작품을 표준화한 시장에 올려놓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것 또한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페어에서는 지난 연구를 바탕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마니아적 경험을 제안하고, 움직이는 회화로서 관객에게 이질감 없이 다가가볼 계획이다.

예술가로서 지금의 작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작품을 지속적으로 좋아해줄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일이다. 미디어 아트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기존 회화와 다른 소비 방식이 필요하고 분명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경험을 소비하고 서사를 즐기는 등 새로운 관객의 유입과 층위가 무척 다양해졌고 나 또한 이번 페어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키아프 서울을 찾은 관람객이 당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기를 바라는가? 예전에 여행 중 16세기 바니타스 정물화를 보면서 깊은 공허감을 느꼈다. 단순히 고전 명작을 대하는 시각적 감상이 아니라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공감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생을 증명하는 물리적 신체와 그것을 대리하는 기구들을 통해 현실을 확장하려는 인간의 분투가 한편으로는 서글프고 다른 한편으로는 허망한, 양가적 심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미조에 아트 갤러리
MIZOE ART GALLERY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 Kiaf 코타 나카무라

Kota Nakamura, ‘Border’, Bullet, glass, film, 45×45×1cm(each), 2019

코타 나카무라
Kota Nakamura

도쿄와 후쿠오카에 지점을 둔 미조에 아트 갤러리가 키아프 서울 하이라이트에서 선보일 작가는 코타 나카무라(Kota Nakamura). 코타 나카무라는 뉴욕
시러큐스 대학교와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유학한 후 도쿄예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각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 중심에는 ‘균열’이 존재한다. 금, 황동, 유리 등의 재료로 이뤄진 단면에 균열을 내는 것은 다름 아닌 총알이다. 실제 실탄을 쏴서 작품을 완성한다. 올해 출품작 중 하나인 ‘Border’는 총알이 관통한 유리가 필름지에 의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로 프레임에 넣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는 미학과 폭력적 감정이 뒤섞여 있다. 마치 경계 위에 선 우리의 모습과 같다”라고 부연한다. 또 다른 작품 ‘Mach 1 S’에서는 검은 배경 위 하얀 균열의 양상이 더욱 극대화된다. 제목에 등장하는 ‘마하’는 유체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을 나타내는 단위다. 금판과 황동을 활용한 ‘Perforate’ 역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총알이 도미노처럼 줄지어 선 금판을 통과해 마지막에 멈추는 순간을 포착한 이 작품은 시공간의 파괴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