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 BIFF
ASIAN FILM ACADEMY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영화감독. 1997년 <듀오>로 정식 데뷔했으며, 이후 <마/더>로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일본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그는 <히로시마, 내 사랑>을 리메이크한 영화 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기도 했다. 현재 도쿄 예술대학 교수로 재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교장

스와 노부히로

감독

 

CHANEL×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교장을 맡게 되었다.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젊은 영화인과 함께 하는 일은 내게 늘 커다란 기쁨을 준다. 현재 도쿄예술대학에서 감독 지망생을 지도하고 있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포함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영화제작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영화제작자를 육성하는 일에 열정을 느끼고, 영화 교육이 지닌 잠재력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영화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 반면 한국은 아시아 영화의 중심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영화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의 최전선에서 미래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함께하기로 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다.

펠로우들과 나누고 싶은 영화제작 요소를 하나 고른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연출을 위한 구체적인 기술을 공유하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매우 복잡한 일이다. 그 안에 여러 관습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규칙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공유하고 싶은 것 하나를 말하자면, 그건 바로 ‘자유로움’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가 아무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은 어떤 것에든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예술과 표현의 영역에서는 이 ‘자유’가 무엇일지 탐구해볼 수 있다.

영화를 가르치는 일이 감독 본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우선 영화제작과 교육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결국 하나의 사회를 구축하는 일과 같다. 배우, 스태프, 관객, 세계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영화 교육 역시 나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형성한 뒤 영화를 만드는 일로 이어진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최근 다양한 영화제에서 인정받아, 상상하지 못한 곳에 나를 데려다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마주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그들의 고충을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의 미래를 목격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 과정에서 나도 영화제작을 위한 큰 에너지를 얻는다. 어떤면에서는 내가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태도를 유지하며 이번 아카데미에 임하려고 하는가? 먼저 멘토는 가르치는 입장이고, 펠로우는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사람에게 가르쳐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창의력은 대체로 경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만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발현된다. 결국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서 창의성을 갖추기 위한 태도가 아닐까. 펠로우 곁에서 그들의 도약을 격려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 아시아 영화에서 주목하는 동향이나 관심을 기울이는 측면이 있나? 유럽에서 예술영화가 높이 평가받고 미국에서 상업 영화가 인정받는 패러다임은 고루하고, 붕괴되고 있다. 아시아 영화는 이러한 관습을 뛰어넘어 세계 영화를 자극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종 젊은 감독들이 이전 세대의 아시아 영화를 지나치게 존경하고 있다고 느낀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아시아 영화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가끔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임에도 관객 수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측면이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시아 영화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일본의 ‘action4cinema’라는 단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후카다 고지 감독 등과 함께 일본 영화 산업의 구조 개혁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영화 산업은 여전히 구식 관행을 따르고 있으며, 젊은 인재 육성, 제작 지원, 작업 환경 개선과 같은 지원 체계의 측면에서 충분히 현대화되지 않았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영화의 발전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국가마다 고유한 상황이 있지만 단일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으므로 앞으로는 여러 나라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의를 가진,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인이 한데 모인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면도 있나?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지만 프랑스 배우, 스태프와 함께 영화를 제작한 적이 있다. 영화라는 공통의 언어를 공유한다면, 국적과 언어는 영화제작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 이들과의 만남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경을 초월하는 CHANEL×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영화의 미래를 그려가는 소중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폴란드의 우츠 국립영화학교 졸업 후 칸영화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열세살, 수아>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2007년 데뷔했다. 2021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선정작이자 2023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연출했다.

연출 멘토

김희정

감독

 

CHANEL ×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에 연출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펠로우 명단을 보니 다양한 아시아 국가에서 많은 이들이 참가하더라.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울 것 같아 벌써 흥미진진하다.

감독 본인 또한 칸영화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첫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영화를 배울 때 느끼는 것이나 습득한 것은 유독 오래 남는 것 같다. 그래서 펠로우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게다가 이번처럼 한 편의 영화를 공동으로 연출하는 건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이를 통해 인간 자체에 대해 많이 사유하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함께 만드는 것이니까.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영화제작을 지도하면서 가장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통을 위한 방법. 여러 분야의 스태프들과 영향을 주고 받을 때, 혼자일 때보다 더욱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좋은 의견을 흡수하는 능력이 아닐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심지를 굳게 다지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법을 함께 익혀가고 싶다.

좋은 연출은 어디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나?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인간을 깊이 관찰하고 기억하는 힘이 필요하다. 결국 영화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이니까. 인간에게 관심을 가진 채 꾸준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 영화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이제 아시아 영화도 기술적으로는 훌륭하다. 관건은 스토리텔링인데 그 나라만의 이야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화 <엉클 분미>처럼 괴이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더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 아카데미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다양성. 아시아 각국에서 열정과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그 나라만의 문화와 고유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펠로우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영화 인생의 오랜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료를 만들기 바란다.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와 칸 레지던스에서 맺은 인연이 내게 큰 도움과 버팀목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