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어느 때보다 성의 구분이 모호한 요즘, 매니시한 수트를 탐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번 시즌 역시 다채로운 디자인의 수트가 선보여 눈길을 끄는데, 기본에 충실한 클래식한 형태부터 위트와 로맨티시즘을 가미한 스타일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우선 매니시 룩과 르 스모킹 룩의 대표 아이콘 마들렌 디트리히가 떠오르는 고전적인 수트부터 살펴보자. 피크트 라펠과 더블 브레스티드 형태가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보테가 베네타의 화이트와 보라색 벨벳 수트부터 1930년대 스타일을 표방한 관능적인 드리스 반 노튼, 드레시한 스리피스 수트를 선보인 돌체 앤 가바나와 랄프 로렌 컬렉션 등 흑백영화에 등장할 법한 이 근사한 룩은 그 자체로 뚜렷한 존재감을 발한다.
한편 약간의 위트를 가미한 변형된 디자인의 수트는 새롭고 유니크한 스타일을 즐기는 여성들에게 제격이다. 과장된 어깨 실루엣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자크뮈스, 분방하게 해체한 실루엣과 독특한 액세서리가 조화를 이룬 베트멍이 대표적. 완벽하게 드레스업 한 룩이 아닌, 유스 컬처 흐름과 맞물려 등장한 스타일은 수트 특유의 무겁고 진중한 이미지를 덜어내 다양한 취향을 지닌 이들을 두루 만족시킨다.
또 부드러운 시폰을 덧댄 포츠 1961의 블랙 룩, 감각적인 체크무늬와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으로 승부수를 띄운 발렌시아가와 3.1 필립 림 역시 수트의 반전 매력을 과시한다. 이렇듯 노출을 강조한 드레스나 사랑스러운 풀 스커트와는 또 다른 ‘여성성’을 어필하는 데 한 벌의 수트만큼 요긴한 것도 없을 듯. 게다가 이번 시즌 이토록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니, 지금이야말로 근사한 수트 한 벌 장만하기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