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이 찢어질 듯 커다란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의 화려한 귀환은 사실 몇 시즌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한없이 치솟았던 너클 링이나 초커의 인기에 가려 종적을 감췄던 이어링이 이어 커프 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낸 후 해를 거듭할수록 사이즈가 커지더니, 지난 시즌 점보 사이즈의 싱 이어링이 히트를 친 것. 사이즈가 큰 만큼 부담을 덜기 위해 한쪽만 강조하는 걸로 합의를 봤던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에는 양쪽 귀에 존재감 넘치는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을 스타일링하며 한층 과감한 노선을 택했다.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이 이토록 뜨겁게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트 피스 버금가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있다. 사이즈가 크다 보니 마치 조각이나 모빌처럼 예술적인 디자인이 즐비한 것. 한 마디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는 매력이 충만하다는 말. J.W. 앤더슨, 프로엔자 스쿨러에서 선보인 구조적인 디자인의 이어링을 보면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가! 로다테와 구찌, 마르니는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샹들리에를 닮은 이어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예술 작품이 연상되는 액세서리를 몸에 지닐 수 있다는 건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이 트렌드에 힘입어 여러 액세서리 브랜드들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는 브랜드인 노블리 스튜디오(Knbbly Studio)는 타투이스트이자 포토그래퍼인 로리 프랭크(Laurie Franck)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금속 와이어를 이용해 한 폭의 누드 드로잉을 구현했고, 파올라 빌라스(Paola Vilas)는 인체를 그대로 본뜬 오브제를 장식하는 등 아름답고 아티스틱한 이어링으로 소유욕을 한없이 자극한다.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딱 하나만 스타일링해도 룩에 반전을 줄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셔츠나 티셔츠, 데님처럼 일상적인 룩에 커다란 이어링으로 포인트를 줘보세요. 룩이 평범해도 스테이트먼트 이어링 하나면 드라마틱한 스타일이 완성되거든요.”
지난해 볼드한 골드 컬러 이어링으로 주목받은 브랜드 잉크(EENK) 디렉터 이혜미의 팁처럼, 이런 마법 같은 효과를 누리려는 여성들의 심리 덕분에 이어링 판매량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한때 잇 백이 그랬던 것처럼 잘 만든 이어링 하나가 브랜드의 매출을 좌지우지할 만큼 향력이 상승하고 있는 셈. 루이 비통, 샤넬, 발렌시아가, 셀린느, 생 로랑 등 빅브랜 드들을 비롯해 로지 애슐린, 엘러리 등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 이 몇 시즌째 꾸준히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을 키 아이템으로 선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물론 스테이트먼트 이어링이 매일 착용하기 부담스러운 아이템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딱 하나만으로도 룩을 특별하게 완성해주는 그림 같고 조각 같은 주얼리라니, 이보다 더 매혹적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