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이 남자의 전유물이던 팬츠 수트를 처음으로 여성에게 선사하며 르 스모킹 룩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가 여자만을 위한 수트를 창조하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이보다 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옷이 없기 때문 아닐까? 이런 대체 불가한 매력 덕분에 오피스 룩을 대표하던 팬츠 수트가 매 시즌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런웨이에 등장하고 있다.

이번 시즌엔 두 가지 버전의 팬츠 수트가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단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한 스타일이 여성미를 추구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을 전망이다. 부드러운 새먼 핑크와 라일 락 컬러로 완성된 니나 리치의 팬츠 수트를 보라! 웬만한 드레스가 무색할 만큼 우아하고 여성스럽지 않은가. 또 질샌더와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강렬한 레드 팬츠 수트는 블랙 컬러의 그것보다 파워풀해 보인다.

이렇듯 컬러풀한 팬츠 수트의 매력도 치명적이지만, 쏟아져 나왔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수많은 컬렉션에 등장한 체크 팬츠 수트의 존재감 역시 그 못지않다. 심지어 쿨하고 힙한 것만 좇는 알렉산더 왕, 오프화이트에서도 체크 팬츠 수트가 모습을 드러냈으니(물론 스니커즈와 워커를 매치해 젊은 감성을 주입하는 걸 잊지 않았다). 허리를 강조해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완성한 스텔라 매카트니, 짧은 쇼츠를 매치해 경쾌함을 더한 티비 등 다양하게 변주된 체크 수트를 볼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르 스모킹 수트가 탄생했던 그때 못지않게 여자만을 위한 팬츠 수트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