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를 향한 여인의 판타지가 2017 F/W 시즌 힙하게 구현됐다. 버건디, 와인, 토마토 레드 등 미묘하게 다른 레드 팔레트가 한데 어우러진 아이템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다.
주목할 부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톤의 레드로 통일한 룩이 유독 많다는 것, 그리고 홀리데이 시즌에 잘 어울리는 ‘글래머러스한(!)’ 무드뿐 아니라 서로 다른 소재를 적재적소에 섞어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룩이 대거 눈에 띈 점이다. “레드만큼 매혹적인 색채도 없을 거예요.” 펜디의 칼 라거펠트가 올가을 가장 공들인 팔레트 역시 레드다. 건축적인 실루엣의 레드 코트와 페이턴트 가죽 사이하이 부츠, FF 로고를 활용해 디자인한 이어링으로 완벽하게 치장한 켄달 제너는 더없이 관능적이었고,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모델 키 호웰은 고혹적이기 이를 데 없었다. 프라다의 레드 벌룬 드레스와 구찌의 레트로풍 플로럴 프린트 후드 코트,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프릴 장식 레이스 가운,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토마토 레드 팬츠 수트는 또 어떤가. 레드 하나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빨간색’이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펜디나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에 등장한 레드 부츠나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선보인 구조적인 플라스틱 이어링 등 레드 액세서리 하나만 추가해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고민스러울 땐 레드를 입으세요!(When in doubt, Wear red.)” 디자이너 빌 블라스의 조언을 절감하게 되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