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WILL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옷 이상의 힘을 가진다. 이번 시즌 그 영향력을 올바르게 쓴 대표적 브랜드는 발렌시아가와 라코스테. 발렌시아가는 WFP(유엔세계식량계획)를 후원한다는 소식과 함께 WFP의 로고를 티셔츠와 모자, 가방에 새겼다. 반면 라코스테는 자연보호에 앞장섰던 설립자 가문의 신념이 이번 시즌의 테마라고 전하며 나무를 비롯한 자연물 모티프를 의상 곳곳에 배치해 관심을 모았다. 라코스테는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과 협업한 폴로 셔츠를 온라인 숍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DIOR

디올의 메시지

디올은 50주년을 맞이한 프랑스 68혁명을 주제로 유스퀘이크(Youthquake)와 여성 인권 등의 메시지를 다루었다. 68혁명은 1968년 대학생들이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항의하던 도중 체포된 일을 비난하며 벌어진 대규모 항의 시위로,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페미니즘과 자유정신이 대두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건이다.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 라는 슬로건이 쓰인 벽과 ‘Non, non, non et non!’ 이라는 레터링에 드러나듯,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목소리를 낸 방식은 아주 직관적이며 더없이 쿨했다.

 

 

K-MODEL POWER

모델 정소현이 지방시 쇼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국 프레스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었다. 파리 컬렉션 기간 내내 숱하게 보아온 그녀가 그 순간 그토록 반가웠던 이유는 클로징을 장식했기 때문. 한두 해 전만해도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았었는데 두 시즌 연달아 빅 쇼의 클로징을 맡는 슈퍼스타가 됐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정소현을 비롯해 아직까지 인종차별이 만연한 해외 패션 월드에서 샤넬, 루이 비통, 끌로에, 발맹처럼 쟁쟁한 쇼를 오로지 실력으로 평정(?)한 수주, 최소라, 정호연, 박희정, 배윤영, 신현지 등 모든 한국 모델에게 박수를 보낸다.

 

 

KOREAN CELEBS

해외 컬렉션의 묘미 중 하나는 쉽게 볼 수 없는 국내 톱 셀럽들의 등장! 이번 시즌 역시 고소영, 배두나, 김사랑, 소녀시대의 윤아와 샤이니의 민호를 비롯해 쟁쟁한 셀럽들이 각각 로에베, 루이 비통, 소니아 리키엘, 지방시 등의 빅 쇼에 참석했다. 고유의 매력으로 각 브랜드의 룩을 완벽히 소화해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를 뽐낸 이들에게 전 세계 프레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건 당연지사! 한국 셀럽의 국제적인 인기를 다시금 체감한 순간이었다.

 

 

푸아레의 부활

여성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키며 모더니즘 패션을 선도했던 1900년대의 거장 디자이너 폴 푸아레. 이번 시즌 그의 이름을 딴 컬렉션이 무려 90년 만에 부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국적인 패턴과 소재, 쿠튀르적 실루엣 등 그의 아카이브에서 비롯된 요소로 채워진 쇼가 끝난 후, 아티스틱 디렉터 인이칭은 인터뷰를 통해 폴 푸아레가 지녔던 너그러움과 쾌락주의, 예술에 대한 애정 등 관념적인 요소를 풀어내고자 했음을 밝혔다. 낮게 깔린 스모그 사이로 등장한 그의 룩들은 푸아레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리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