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밀, 샌드, 블러시 핑크, 에크루, 크림, 캐러멜 등 미세하게 붉고 희고 노랗고 옅고 진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런 종류의 색을 통틀어 베이지라고 부른다. 이번 시즌 베이지는 블랙의 절대 왕좌를 위협하며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다. 런웨이는 물론이고 길거리까지 베이지색 물결이 넘실대고 있으니! 그렇다면 도대체 왜 베이지인가? 이 트렌드에 대해 입을 맞춘 듯 한결같은 분석이 뒤따른다. 비비드 컬러와 네온 컬러등 자극적인 색으로 시선을 모으는 룩에 반하는 움직임이라는 것. 즉, 지나친 자극을 멀리하고, 자연을 닮은 순수한 색에 끌리는 경향이 그 이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영국 온라인 편집숍 리스트(Lyst)에서는 베이지색 옷 검색률이 올해 상반기 3개월 동안 21%, 패션 서치 엔진인 태그워크(Tagwalk)에서는 2019 S/S 컬렉션 중 베이지 컬러 검색이 118% 급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트렌드를 선동한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선두에는 버버리의 리카르도 티시가 있다. 그는 버버리 데뷔 컬렉션에서 무려 50여 가지 톤의 베이지를 무대에 올렸다. 베이지가 더욱 매력적인 건 버버리의 컬렉션을 보면 알 수 있듯, 톤이 미세하게 차이 나더라도 하나의 룩에 잘 어울린다는 것. 이를 테면 캐러멜 컬러 셔츠에 페일 핑크 톤 스커트를 입거나 에크루 컬러 재킷에 베이지색 레오퍼드나 체크 톱을 매치하는 게 스타일링의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룩을 선보인 건 버버리만이 아니다. 디올, 펜디, 톰 포드, 막스마라 등 수많은 브랜드가 컬렉션의 일부를 베이지로 채색했고, 그 밖에 로에베, 질샌더, 살바토레 페라가모, 아크네 스튜디오등의 컬렉션에서도 다채로운 베이지 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펜디 구찌 미우미우 베이지
1 펜디(FENDI), 2 미우미우(MIU MIU), 3 구찌(GUCCI).

베이지의 가장 큰 매력은 차분하고 우아해 보인다는 데 있다. 이는 컬렉션 기간 스트리트에서 포착된 패션 아이콘들의 스타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템별로 따져보면 팬츠 수트와 트렌치코트가 특히 많이 목격되었고, 많은 사람이 액세서리도 베이지 톤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대담한 로고 플레이, 강렬한 네온 컬러와 비비드 컬러가 범람하는 가운데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베이지만으로 충분히 눈에 띄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게다가 클래식한 이미지, 우아한 느낌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이번 시즌 베이지를 즐길 이유를 꼽는 데는 열 손가락을 다 동원해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