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영화계와 인연이 있었죠.
1929년 MGM 스튜디오의 소유주 사무엘 골드윈(Samuel Goldwyn)은
가브리엘 샤넬에게 자신의 스타들을 스크린 그리고 일상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때도 많은 이들이 샤넬의 스타일을 열망했지만
미국의 영화 스튜디오들은 헐리우드 식의 화려함과 대조되는
절제되고 세련된 샤넬의 스타일을 높이 사지 않았죠.
하지만 가브리엘 샤넬은 당시에도 영화 의상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이는 향후 쿠튀리에로서 샤넬 작품에 녹아 들었습니다.
헐리우드는 샤넬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프랑스 영화계는 가브리엘 샤넬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당시 영화 <안개 낀 부두>에서 입을 드레스를 찾고 있던
미셸 모르강(Michèle Morgan)에게 가브리엘 샤넬은
“이런 영화에 드레스는 필요 없어요.
레인코트와 베레모. 그거면 충분해요.”라고 말했죠.
코코 샤넬은 1961년, 영화 감독 루치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의 부탁으로
로미 슈나이더(Romy Schneider)의 스타일링을 맡았습니다.
로미 슈나이더는
“처음 샤넬을 입었을 때
앞으로 다른 어떤 것도 원치 않게 되리라고 깨닫았어요.
샤넬은 세상에 둘도 없는 쿠튀리에입니다.
일관되고, 논리적이며 체계적인 완전체죠.
샤넬만의 사유, 규칙, 엄격함이 존재해요.
이는 하나의 ‘양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죠.
눈보다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우아함이예요.” 라고 말했습니다.
샤넬만의 심플함은 떠오르는 감독과 배우들의 세계에 완벽하게 부합했습니다.
1960년, 알렝 레네(Alain Resnais)는 샤넬에게
영화<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에서
델핀 세리그(Delphine Seyrig)의 의상을 부탁했습니다.
이에 샤넬은 영화 역사상 최초로
영화를 위해 별도의 의상을 제작하지 않고
샤넬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의상을 사용해
현실에 가까운 영화 의상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습니다.
2018년, 샤넬은 알렝 레네의 명작 복원을 지원했고
복원된 작품은 같은 해 9월 5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죠.
칼 라거펠트역시 영화계와 인연이 깊었죠.
스테판 오드랑(Stéphane Audran)에서부터 릴리-로즈 뎁,
앤디 워홀에서 프랑시스 베베르(Francis Verber)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배우 및 감독들과 깊은 우정을 나눴고
베베르의 영화에서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칼은 커리어 초창기부터 영화 의상 제작을 해왔습니다.
영화가 패션의 메시지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지
일찍이 이해하고 있었죠.
1989년 샤넬 스튜디오에서 인턴쉽을 마쳤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뉴욕 스토리>에 등장하는 10대 배우들에게
샤넬 의상을 입혔습니다.
캐릭터의 연령과 샤넬 스타일은 완벽하게 어울렸고
칼 라거펠트 식의 젊은 샤넬 이미지에 힘을 실어주었죠.
캐롤 부케(Carole Bouquet), 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
니콜 키드먼, 바네사 파라디, 아나 무글라리스(Anna Mouglalis),
다이앤 크루거, 키아라 나이틀리, 마고 로비, 페넬로페 크루즈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 모두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칼 라거펠트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이는 놀라운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2016년 <카페 소사이어티>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담 사이코>의 이자벨 위페르,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마고 로비 등
수많은 셀럽들이 영화속에서 샤넬을 착용했습니다.
샤넬은 언제나 영화 속에서 현실과 시대에 맞는 여성상을 표현했죠.
역할에 몰입할 때, 레드 카펫을 밟을 때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도.
그리고 지난 3월 27일 진행된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샤넬은 빛을 발했습니다.
짧은 반바지 슈트를 착용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총 680시간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페넬로페 크루즈의 드레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인터뷰에서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하는 사람이 아닌
제 자신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며
샤넬의 슈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의상에 입혀지는 것이 아닌
마치 제 일부처럼 느껴지길 원했어요.
아주 고상한 우아함을 원했죠.
그럴 땐 최대한 덜어내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버지니 비아르에게 뻔하고 심플한 룩을 요청했죠.
이 룩은 굉장히 모던하면서 현시대적이에요.
동시에 자유롭기도 하죠.”
배우로서 스크린 앞에 설 때,
샤넬과 함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냐는 질문에는
“샤넬은 내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늘 함께했어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퍼스널 쇼퍼>
그리고 <스펜서>도 샤넬과 함께했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작업을 함께할 수 있을까요?
부디 많길 바랍니다.”
라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스펜서> 관련 활동을 샤넬과 함께한 소감을 물었을 때는
“샤넬과 함께하면 편안함을 느껴요.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침 저와 같이 샤넬을 사랑했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벅찬 경험이었어요.
샤넬은 역사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 브랜드예요.
그래서 이 모든 여정을 ‘제대로’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라 대답했습니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샤넬의 오랜 친구죠.
그는 홀터넥 타페타 볼 가운을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이는 2020년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등장했던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룩이죠.
컬렉션 룩과는 다르게 케이프가 없고
트위드 소재의 리본 장식이 더해졌습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샤넬 드레스는 완성하는 데
680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하는
영화 <스펜서>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패럴렐 마더스> 모두
지금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