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의 장점은 분명하다. 특별한 디테일 없이도 시선을 끄는 특유의 광택 그리고 미래적인 분위기. 다른 색이 쉽게 구현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특징 덕분에 메탈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의 세계에서 꿋꿋이 스테디셀러로서 그 위상을 지켜왔다.
그러나 새 시즌 런웨이에 등장한 메탈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다르다. 유수의 하우스 브랜드가 골동품처럼 탁한 셰이드와 비교적 평범한 디자인의 메탈 룩을 채택한 것. 대표적으로 발렌시아가는 은박지 뒷면처럼 매트한 실버 패브릭으로 사랑스러운 러플 드레스를 만들었고, 미쏘니와 코페르니는 은은한 실버 컬러에 복고적인 느낌을 가미한 팬츠와 비키니 룩을 선보였다. 한편 샤넬과 로에베, 펜디, 발망, 에트로는 일제히 광택 없는 골드 컬러를 이용해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의복이 연상되는 컬렉션을 완성했는데, 특히 로에베는 앞뒤를 뒤집어 입은 듯한 형태로 변형한 트렌치코트와 데님 재킷에 메탈 패브릭을 패치워킹하며 메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렇듯 새로워진 메탈은 하이패션에 국한되던 기존의 한계를 딛고 일상적 패션으로 영역을 넓힌다. 그러니 다가오는 여름에는 메탈 룩에 도전해보길. 금속성의 차가움과 극도로 트렌디한 감각이 만나 빚어낸 쿨한 시너지를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