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로 함께하는 컬렉션 작업을 위해 자비에
베이앙에게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있던 동물 우화집을
재해석해 그만의 아이디어를 더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쇼장에 커다란 동물 모형이 줄줄이 등장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웅장한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은 장면은 사실 샤넬 오뜨 꾸뛰르 쇼의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세트는 샤넬과 세 번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프랑스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과 함께 디자인했다.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는 다양한 동물 모티프가 존재한다. 버지니 비아르와 자비에 베이앙은 그중에서도 사자, 사슴, 새, 낙타를 상징하는 오브제와 조각,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종이와 나무, 판지로 거대하게 제작되었다. 작업의 모티프를 제시한 건 버지니 비아르였다. “세 번째로 함께하는 컬렉션 작업을 위해 자비에 베이앙에게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있던 동물 우화집을 재해석해 그만의 아이디어를 더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버지니 비아르는 “컬렉션의 모든 자수 역시 동물을 향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쇼장에는 어느새 동물 조형물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트위드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깃털처럼 가벼운 드레스, 반짝이는 페이턴트 슈즈를 신고 실크햇을 쓴 모델이 등장했다. 젊고 경쾌한, 가볍고 유쾌한 룩이 이어졌다. 반짝이는 트라페즈 코트와 보타이, 주머니를 단 트위드 드레스, 쇼츠 수트, 웰시코기의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자수로 수 놓은 수트 등이 조형물 사이를 오갔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시즌 퍼레이드와 쇼에 등장하는 여성 유니폼의 코드를 차용했다. 새틴 망토, 플리츠스커트, 테일 재킷 같은 룩이 주를 이룬 이유다. 레이스업 부츠, 실크햇, 보타이, 오페라 장갑 같은 액세서리도 크게 한몫했다.
그리고 갑자기 쇼의 분위기가 백팔십도 바뀌었다. 가볍고 섬세한 드레스, 정교한 레이스를 더한 점프수트, 시퀸으로 까멜리아 모티프를 구현한 티어드 드레스, 사슴뿔을 수놓은 시스루 드레스 등 이브닝 웨어에 가까운 룩이 쇼의 2막을 장식했다. 그러다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코끼리 설치물이 무대 중앙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스르륵 문을 열고 나온 건 제비를 수놓은 면사포를 쓴 오늘의 신부. 샤넬 오뜨 꾸뛰르 쇼의 시그니처, 피날레 드레스다. 그 순간 프런트 로에 나란히 앉아있던 샤넬의 앰배서더, GD와 틸다 스윈턴이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쳤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