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

 

“트위드에 헌정한 이번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유연한 보석
직물을 만듦으로써 트위드 컬렉션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었다.”

 

지난 2009년,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로 샤넬에 합류했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큰 자산일 것 같다. 업무 중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샤넬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샤넬은 비교적 최근에 하이 주얼리를 전개한 브랜드다. 이런 맥락에서 테마를 선정하는 데 있어 상당히 개방적인 부분이 있다. 업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영감을 얻는 과정이다. 가브리엘 샤넬의 풍부한 패션 유산과 1932년 첫선을 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현재와 연결될 수 있는 연결성. 이것을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들여다보고 탐미하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 외부의 트렌드가 아니라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샤넬의 독창적 요소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신을 사로잡은 주얼리 디자이너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주얼리 세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엑셀랑스(excellence)’, 즉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소재뿐 아니라 희소성 있는 특별한 원석으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한 피스를 구현한다. 이것은 중량, 컬러, 퀄리티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샤넬은 3년 전부터 컬렉션 준비에 돌입하는데 우리의 스타일은 바로 초심, 그리고 핵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테마와 디자인이 정해지면 우리는 전 세계에서 원하는 비율의 재료를 찾고, 균형과 형태 면의 조화 등을 고려하며 정교한 작업에 몰두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주얼리는 그 보석의 크기나 두께에 비해 매우 큰 가치를 지닌 특별한 존재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모델은 한 번만 제작하고 더 이상 제작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샤넬에서는 창의성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무한한 테마를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더할 나위 없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트위드가 탄생한 스코틀랜드 트위드 강변의 서정적인 전경이 펼쳐진 행사장 입구

 

“저는 가브리엘 샤넬에게서 무한한 영감을 받습니다. 그의 삶, 친구, 아파트 또는 동백꽃이나 사자 같은 강력한 아이콘 등이 그 대상이죠. 영감은 샤넬 세계의 여러 부분에서 나옵니다.”라고 한 인터뷰를 보았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서 자유로운 창의성에 대해 언급했는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질문인 것 같다. 샤넬의 세계는 전방위적이며 광활하고 풍요롭다. 나는 동백(까멜리아), 리본(루반), 사자(리옹) 같은 가브리엘 샤넬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심벌을 출발점으로 삼아 시작하기도 하고, 비잔틴 문화 혹은 러시아 같은 나라 혹은 가브리엘 샤넬의 라이프스타일에 오롯이 집중하기도 한다. 최근 컬렉션의 테마를 보더라도 그가 가진 영감의 원천이 얼마나 무궁무진했는지 알 수 있다. 트위드, 1932년에 첫선을 보인 혜성, 달, 태양, 그리고 전설적인 향수의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한 샤넬 N°5와 그 이전에는 이탈리아의 도시 베네치아 등이 있었다.

혹시 가브리엘 샤넬 이외에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대상이 있는가? 없다. 주얼리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가브리엘 샤넬’이다. 이곳에서 경험한 그의 세계를 내밀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 이후 나의 현대적 감수성으로 그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주얼리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트위드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 전시 공간.

 

가브리엘 샤넬의 세계를 주얼리 디자이너 관점으로 탐구했을 때, 그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되는가? 명료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줄 아는 진취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결단력 있는 여성.

2020년에 이어 또 한 번 트위드의 마법에 이끌린 것 같다. 올해 당신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중 가장 야심작이다”라고 밝혔는데, 이 작품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밑바탕이 된 스케치와 함께 파리에서 패브릭을 가져왔다. 이 레퍼런스 외에도 컬렉션 전반에 걸쳐 집중한 것이 바로 트위드의 세계를 주얼리의 세계로 완벽하게 옮기는 것이었다. 정교하고 유연하며 풍부한 직조, 경량 소재, 자유로운 움직임 등을 통해 트위드의 고급스러움과 넉넉함을 주얼리로 표현하고 싶었다.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는 이번 컬렉션의 정수로, 파리 방돔에 위치한 샤넬 아틀리에에서 직접 제작을 맡았다. 총 2천4백여 시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마스터피스로, 실제로 보면 남다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제품에 들어간 37개의 루비를 찾고 세팅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정교한 트위드 조직과 희소성 높은 원석, 장엄한 사자 모티프를 조화시킨 웅장한 작품은 단연 이번 컬렉션의 야심작이라고 자부한다.

이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작품, 트위드 로열 네크리스.

 

가브리엘 샤넬이 머문 깡봉가 아파트의 샹들리에를 재해석한 트위드 깡봉 네크리스.

 

강렬한 색채의 유색 보석을 통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표현한 트위드 에투알 네크리스.

 

“내 꿈은 보석으로 트위드를 만드는 거였다”라고 했는데, 꿈을 이룬 소감은 어떠한가? 샤넬에 처음 합류했을 때 메종의 아이콘인 트위드를 주얼리로 구현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다채로운 실로 정교하게 직조한 입체적인 짜임새의 트위드는 샤넬 하우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트위드에 헌정한 이번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유연한 보석 직물을 제작함으로써 트위드 컬렉션을 한층 발전시킨 것 같다.

혹시 다음 시즌을 위한 아이디어를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 지금 공개할 수 있는 다음 시즌 컬렉션에 대한 힌트는 아주 ‘참신한’ 컬렉션이 될 거라는 정도다. 샤넬의 세계와 우주를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 구현한,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되는 컬렉션이다. 그리고 2년 뒤에 선보일 컬렉션 또한 이미 스케치를 마친 상태다. 이 자리에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브리엘 샤넬이 말한 어떤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특별히 공개한다.

패트리스 레게로가 직접 그린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 스케치.

 

혹시 다음 시즌을 위한 아이디어를 살짝 귀띔해줄 수 있나? 지금 공개할 수 있는 다음 시즌 컬렉션에 대한 힌트는 아주 ‘참신한’ 컬렉션이 될 거라는 정도다. 샤넬의 세계와 우주를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 구현한,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되는 컬렉션이다. 그리고 2년 뒤에 선보일 컬렉션 또한 이미 스케치를 마친 상태다. 이 자리에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브리엘 샤넬이 말한 어떤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특별히 공개한다.

샤넬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기쁘다. 1932년에 첫선을 보인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 컬렉션의 1백 주년을 기념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이 컬렉션에 대한 아이디어 역시 들려줄 수 있나? ‘혹시 이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히려 들어보고 싶다.

당신이 앞서 언급한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혜성(꼬메뜨), 달, 태양이 조화로운 하이 주얼리 세계는 의심의 여지 없이 환상적일 것이다. 오늘 전시장에서 본 당신이 직접 그린 섬세한 일러스트 작품까지 직접 감상하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기대해도 좋다!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 작업도 얼른 속도를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