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FESTIVAL DE
CANNES

샤넬은 칸에서 공개되는 모나 아샤쉐 감독의 <리틀 걸 블루(Little Girl Blue)>와 루브나 플레이유스트 감독의 <룸 999(Room 999)>의 제작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이 중 마리옹 코티아르가 주연한 <리틀 걸 블루>는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연기함으로써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고 재현하는 동시에 한 여성이 자유를 찾는 여정을 그린 독립영화로, 여성의 자유에 대해 꾸준히 시사한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와도 맥락을 공유한다. 이와 더불어 하우스의 두 앰배서더, 제니와 릴리 로즈 뎁 역시 <디 아이돌(The Idol)> 출연을 계기로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미감, 장인정신, 동시대적 감각 등.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차치하면 샤넬 하우스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패션의 터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사실이다. 미술, 음악, 문학, 무용, 영화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이 머무는 모든 곳에 그 애정 어린 손길이 닿아 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영화와의 관계성은 하우스의 역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할리우드의 황금기인 1930년대에 가브리엘 샤넬이 새뮤얼 골드윈의 요청으로 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의 드레스를 디자인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하우스 역시 뒤를 이어 로스앤젤레스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처럼 권위 있는 기관부터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 빌라 메디치 영화제, 신진 여성 영화감독을 지원하는 샤넬과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파트너십 프로그램 ‘그녀의 렌즈를 통해서(Through her Lens)’ 등 여러 영화제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명작 영화의 보존과 복원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그 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2019/20 공방 컬렉션을 비롯한 몇몇 컬렉션에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협업 아티스트로 참여한 점, 버지니 비아르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공개한 2023/24 크루즈 컬렉션의 테마로 할리우드를 선정한 점, 또 무수히 많은 배우와 영화계 인사들이 샤넬과 긴밀한 인연을 이어왔다는 점을 들어 이 각별한 관계성을 설명할 수 있다. 올해에도 버지니 비아르를 필두로 수많은 샤넬의 일원이 패션으로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물의 감정, 감독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몰두했다. 프랑스의 칸과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누비고, 마이웬과 소피아 코폴라의 미장센에 일조하며. 그 생생하고 영화로운 순간들을 마리끌레르가 전한다.

 

BARBIE IN CHANEL

버지니 비아르는 지난여름 뜨거운 화제를 모은 영화 <바비(Barbie)>를 위해 수트 세 벌과 스키복, 드레스, 하트 형태의 백을 포함한 여러 퀼팅 백, 다양한 액세서리 등을 디자인했다. <바비>는 하우스 앰배서더이자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마고 로비가 제작하고 출연한 작품. “샤넬이 많이 등장할 거예요. 바비들은 샤넬을 좋아하거든요! 항상 많은 액세서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게 바비의 사고방식이에요.

모자나 리본, 이어링, 주얼리처럼요.” 이 같은 마고 로비의 인터뷰 내용과 “영화 속 샤넬 의상은 바비의 옷장에 특별한 무언가를 선사해요. 놀랍게도 샤넬에서는 영화를 위해 칼 라거펠트가 1995년에 디자인한 핑크 수트를 재현해주었죠. 특히 영화 속 베스트 룩 중 하나로 주인공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샤넬을 착용한 장면을 꼽을 수 있어요”와 같은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의 말은 스크린 뒤에서도 샤넬의 존재감이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