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는, 패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패턴.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이 올해로 탄생 130주년을 맞았다.

모노그램의 창시자 조르주 비통.

모노그램의 여정은 1896년 파리에서 시작된다. 창립자 루이 비통이 세상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은 자사 트렁크의 복제품이 쏟아지던 당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킬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아버지를 기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브랜드를 상징할 단 하나의 문양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모노그램’이다. 아버지 이름의 이니셜인 LV와 아르누보 양식에서 영감 받은 꽃무늬 모티프를 반복해 배열한 이 무늬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루이 비통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각인하는 도구가 되었다.


초기 모노그램은 섬세하지만 실용성은 다소 떨어지는 리넨 자카드 직조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후 1959년에 조르주는 우리가 현재 잘 아는 모노그램 캔버스를 개발한다. 유연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춘 코팅 캔버스는 본격적으로 가방과 액세서리 전반에 적용되었고, 여행자들의 손에 들린 아이코닉 백들을 타고 기차역 플랫폼, 증기선 선실, 도시의 거리, 공항의 라운지 등 여행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모노그램은 다시 한번 진화의 계기를 맞이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리처드 프린스 등 당대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이를 자유롭게 재해석했고, 모노그램은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예술적 캔버스로 확장되었다.

2026년, 루이 비통 모노그램 130주년을 기념해 5개의 아이코닉한 모노그램 백을 조명하는 캠페인.

그리고 2026년, 루이 비통은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과 캠페인을 공개하며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기념한다. 먼저 캠페인은 모노그램 캔버스를 대표하는 5개의 아이코닉 백을 조명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리듬에 맞춰 탄생한 ‘스피디’, 여행의 자유로운 에너지를 품은 ‘키폴’, 샴페인을 운반하기 위해 고안한 ‘노에’, 파리 건축의 우아한 곡선을 담은 ‘알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에 함께하는 ‘네버풀’이 그 주인공이다. 하우스의 아이콘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도 모노그램이라는 찬란한 유산을 매개로 루이 비통의 정체성을 이어왔다.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세 가지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성되었다.

블루 쿠리에, 로즈 뤼방 컬러 ‘모노그램 오리진’ 알마 백.
자카드 위빙 기법으로 재현한 패턴이 클래식한 미감을 자아내는 ‘모노그램 오리진’ 컬렉션
트롱프뢰유 프린트로 오래된 트렁크를 위트 있게 표현한 ‘타임 트렁크’ 알마 백.

먼저, ‘모노그램 오리진’ 컬렉션은 1896년 조르주 비통이 고안한 오리지널 로고와 같이 자카드 위빙 기법으로 문양을 한층 섬세하게 재현해 클래식한 미감을 강조했다. ‘VVN’ 컬렉션은 루이 비통의 가죽공예 전통을 극대화하는 시리즈다. 천연 베지터블 레더인 VVN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운 태닝 과정을 거치며 고유의 색감과 광택을 만들어낸다. 레더 본연의 상태를 온전히 보전해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하며,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장인의 수작업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단순한 제품을 넘어 의미 깊은 하나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마지막으로 ‘타임 트렁크’ 컬렉션은 아이코닉한 트렁크의 마모된 모서리, 나무의 결, 빈티지 라벨 같은 디테일을 트롱프뢰유 프린트로 표현했다. 시간의 흔적 자체를 하나의 미학으로 끌어올리며 루이 비통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축으로 이은 셈이다. 이렇듯 130년이 지난 지금도 모노그램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어떤 이는 그 안에 꿈을 담고, 어떤 이는 일상의 무게를 실으며, 또 어떤 이는 이를 예술로 승화한다. 모노그램은 시대와 함께 변해왔고, 저마다의 여정에 함께하며 늘 새로운 이야기들을 품어왔다. 이 오래된 문양이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유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노그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