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AIRE

애써 꾸미지 않아도 스타일리시해보이는 옷. 르메르가 잘 어울린다면그만한 축복이 또 있을까. 파리지엔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르메르는 이번 시즌에도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이들이 공개한 컬렉션 영상은 온전히 옷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두운 공간에서 촬영됐다. 모델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거나 뒤돌아서서 응시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는 코로나19 시대에 깊이 고민해볼 만한 사람들간의 연결 고리를 의미하는 움직임으로 느껴졌다. 늘 특유의 채도 낮은 컬러 팔레트를 고수하는 르메르지만, 이번시즌엔 은은하고 자연적인 톤 안에서 다양한 컬러를 사용했다. 이 중에서도 두 가지 색을 조합한 그러데이션 룩은처음 시도한 것인데, 르메르의 모든룩이 그렇듯 어떤 옷에도 잘 어우러지는 무난한 매력이 돋보였다. 그 밖에도 리버시블 시어링 퍼를 덧댄 한겨울용 아우터를 선보이는가 하면 여성용 신발의 굽을 낮추는 등 실용성을 추구했다. 누군가는 늘 비슷해 보이는옷 이라 말하겠지만, 르메르의 두 디자이너는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새로움을 창조해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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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르는 이번 시즌, 맨즈 컬렉션 기간에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통합해 발표하기로 했다. 그 때문일까? 디지털 런웨이 방식으로 공개한 컬렉션은 커플 룩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었다. 실제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일정을 소화하는 건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였으며, 남성과 여성 팀이 소재나 컬러를 함께 고르는 등 손발을 맞춰가며 작업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남성에게 관능을, 여성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한, 성별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전복한 룩을 교묘하게 섞었다. 컬러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답게 색의 온도를 미묘하게 조절해 세련된 얼스 컬러 팔레트를 완성했으며 멕시코 예술가 마르틴 라미레스의 풍경화를 프린트로 활용해 리듬감을 더했다. 르메르 특유의 흐르는 듯한 실루엣과 매 시즌 일관성 있게 제안하는 견고한 가죽 액세서리까지,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어떻게 활용해야 지겹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매번 사랑받을 수 있는지 간파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