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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크리스탈이자 배우 정수정.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을 탐하다.

클랙식한 체크 블레이저와 슬리브리스 톱, 빈티지한 코튼 캡, 블랙 스티럽 팬츠, 그래피티 패턴 앵클부츠, 스몰 사이즈 디링(D-Ring) 백 모두 버버리(Burberry).
박시한 레드 울 코트, 레드 스티럽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재킷과 쇼츠, 그래피티 패턴 레깅스,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그린 체크 재킷과 니트 톱, 로고 장식 스트레치 저지 브라톱 모두 버버리(Burberry).
누드 컬러 롱 슬리브 톱과 블루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다양한 디자인의 디링 백, 골드 팔라듐 플레이트 링크 드롭 이어링과 더블 링 모두 버버리(Burberry).
연핑크 니트 스웨터와 안에 입은 그래피티 패턴 스트레치 저지 보디수트, 레드 스티럽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알록달록한 단추가 포인트인 카 코트와 안에 겹쳐 입은 체크 트렌치코트,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참 골드 플레이트 후프 이어링 모두 버버리(Burberry).
컬러 블록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 그래피티 패턴 레깅스 모두 버버리(Burberry).
체크 팬츠 수트와 안에 입은 그래피티 패턴 스트레치 저지 보디수트,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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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아우라를 지닌 매혹적인 배우 김남주의 시간.

마더오브펄 다이얼과 블랙 오팔을 세팅한 다이얼 뒷면 그리고 베젤을 둘러싼 다이아몬드가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 리베르소 원 듀에토 주얼리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펀칭 장식이 독특한 블랙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셀린느(Celine).
브릴리언트 컷 다아이몬드가 베젤과 러그, 크라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랑데부 문 워치. 글리터리한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이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연상시킨다.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화이트 셔츠 분더샵(BoonTheShop).
가독성이 뛰어난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섬세한 기요셰 다이얼, 6시 방향에 위치한 낮/밤 인디케이터가 특징인 랑데부 나잇&데이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화이트 팬츠 수트 랑방(Lanvin), 안에 입은 니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스틸레토 힐 톰 포드(Tom Ford).
미드나이트 블루 컬러 다이얼과 마더오브펄로 세공한 문페이즈 인디케이터가 은은한 광채를 발산하는 리베르소 원 듀에토 문 워치. 1930년대에 출시된 첫 번째 여성용 리베르소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스트라이프 셔츠와 블랙 팬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래커 위에 섬세하게 인그레이빙된 기요셰 패턴과 마더오브펄 디스크를 통해 보름달, 반달, 초승달로
변화하며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달의 주기를 알려주는 랑데부 문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블랙 레이스 셔츠와 옆 라인을 레이스로 장식한 팬츠 모두 닐 바렛(Neil Barrett).

드라마 <미스티>가 끝났지만 ‘고혜란’이라는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당분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미스티>와 관련된 스케줄이 남아 있기도 하고 캐릭터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지금의 일상도 김남주와 고혜란이 섞여 있다. 엄마로 김남주의 삶을 살다가 밖에 나오면 고혜란으로 돌아온다. 나 자신이 고혜란처럼 변한 부분도 있다. 어떤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그녀처럼 정면 돌파하며 멋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레 겁먹지 않고 용기 있게.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미스티>를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은가? 이 작품 이전의 나는 배우란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선뜻 배우 김남주라고 나를 소개할 수 없었다. ‘배우’라는 단어가 나를 수식하기에 거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로 사는 삶이 충분히 행복했고, 엄마이면서 내가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미스티>를 만나고 나서야 내 인생에서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 전에는 내가 과연 배우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존감이 높지 않았고 내가 특별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우로서 좀 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필모그래피를 채운 많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도 작품이 성공한 이유를 나에게서 찾은 적이 없다. 좋은 작가를 만났고, 훌륭한 대본이 있고 그에 맞게 충실히 연기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지 내가 가진 어떤 특별한 힘 덕분이 아니었다. <내조의 여왕> 때는 좀 달랐는데, 작가가 내게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대본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 때문에 작품이 더 살았다거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미스티> 역시 대본이 좋았다. 또 감독이 잘 받쳐주었고 캐스팅도 만족스러웠다. 남은 건 내가 열심히 하는 것뿐. 고혜란처럼 지독하리만큼 악착같이 연기했다. 다시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열정을 다 쏟아부었다.

<미스티>가 6년 만의 작품이었다. 작품과 작품 사이 공백이 너무 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쳤는데, 아이가 해내는 걸 지켜보면 신기하고 행복하다. 연기는 내 직업이니까 의무감에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즐겁고 연기하는 순간이 그저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엄마의 역할을 잠시 접어둬도 될 만큼 도전하고 싶고 승부수를 띄울 만한 작품을 고르고 고르게 된다. 엄마로 살아가는 데 충분히 만족하기에 공백 때문에 조급한 마음은 전혀 없다. 내겐 빠른 호흡으로 작품을 하는 것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완벽하게 나를 설득하지 못하는 대본에 나를 잘 맡기지 않는다. 모든 걸 걸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설득되면 그제야 나를 맡긴다. <미스티>는 잘될 줄 알았다.(웃음) 대본도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 동안 없던 여성 캐릭터이니 시청자들도 매력을 느낄 거라고 확신했다. 능동적이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그에 반하는 것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

여성 배우는 남성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좁다. 그렇기에 고혜란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다. 여성 배우가 엄마가 아닌 특정 직업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말이다. 여성 캐릭터도 극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미스티>가 여성 캐릭터도 충분히 작품의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속도가 앞으로도 지금과 변함없을 것 같은가? <미스티>가 끝나고 관련 기사를 읽는데 이런 댓글이 있었다. ‘그럼 이제 6년 후에 누나를 봐야 하나?’(웃음) 평소에는 댓글을 잘 읽지 않았다. 악플을 보면 괜스레 상처 받고, 마음이 아프니까. 그런데 <미스티>를 하는 동안 고혜란을 응원하는 글이 많았다. 그런 댓글이 힘이 되고 용기를 주더라. 이번 작품을 하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린 줄 몰랐다. 6년 만에 컴백한다는 기사를 보고 잘못된 정보인 줄 알았다.(웃음) 당연히 계획한 것도 아니고. 6년의 공백 끝에 작품을 했으니 최소 2년을 쉬어야겠다거나, 다음 작품은 몇 년 후에 해야겠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언제든지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당연히 해야겠지. 다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 나이 자체는 자랑스럽다.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신이 주신 신체 나이는 어쩔 수 없으니, 좀 더 일찍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연기가 더 절실해졌을 수도 있겠다. 여전히 거창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야 내가 배우 자질이 있고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앞으로 좀 더 부지런히 작품을 찾아볼 생각은 없나? 그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나 작품을 기다리지만 찾아다니기보다는 기다릴 생각이다. 큰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있어 엄마와의 교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중하게 준비하고 앞으로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좋은 작품을 계속 기다려야겠지. 배우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도 달라진 건 없다. 더 잘되어봤자 김남주 아닌가. 다만 요즘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으며 배우로 인정받는 느낌은 든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완전히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했고 박수도 많이 받았다. 내 안에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것 같다.

김남주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배우로 살아가고 있을까? 말로는 연기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하지만 여전히 배우로 살고 있을 것 같다. 조급해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지금처럼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 없어 할 것이고,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배우로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용기 있게 살려고 마음먹긴 했지만 새로운 작품 앞에서 겁나긴 하겠지.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인생의 좌우명이기도 하고. 매 순간 열심히 사느라 어느 한 순간 쉬운 적이 없었다. 뭔가를 쉽게 하는 법이 없다. 뭘 하나 하면 괴로우리만큼 애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밥을 할 때도 영양소를 꼼꼼히 따졌다. 아이를 안을 때도 책에 나온 대로 안으려 했다. 피곤한 스타일이다.(웃음) 혹여 배우로서 잊혀진다 한들 어떤가. 괜찮다. 또 다른 길이 있겠지.

지금 김남주 안에 여러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웃음) 좀 더 용기있게 연기하겠다는 다짐을 말하면서 다시 배우로서 잊혀진다 한들 어떤가 하며 한 발 물러나 있다. 맞다. 지금의 나는 김남주와 고혜란이 섞여 있다. 엄마의 삶으로 반은 돌아갔고 나머지 반은 여전히 배우 김남주 혹은 고혜란으로 살고 있다. 고혜란을 아직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다른 캐릭터를 만나 빠지기 전까지 당분간 고혜란을 잃고 싶지 않다. 이번 작품을 위해 걸음걸이도 바꿨다. 이왕 어렵게 완성한 캐릭터니 그녀처럼 멋지게 걷고, 말하고, 살고 싶다. 아, 물론 고혜란처럼 마음 아프게 살진 말아야겠지.

다이얼 위에 우아하게 피어나는 플라워 모티프 숫자들과 베젤, 러그, 다이얼 가운데 장식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랑데부 아이비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블랙 드레스 랑방(Lanvin), 실버 펌프스 레이첼 콕스(Rachel C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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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xpected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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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와 서예지라는 완전히 다른 두 세계가 한 드라마에서 만난다. 5월에 보게 될 가장 흥미로운 투 샷.

이준기 재킷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셔츠와 슈즈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팬츠 구찌(Gucci), 시계 아이더블유시(IWC).
서예지 체크 수트, 옥스퍼드 슈즈 모두 톰 브라운(Thom Browne).
이준기 재킷과 팬츠, 슈즈 모두 디올(Dior), 티셔츠 우영미(WooYoungMi).
서예지 아이보리 수트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블랙 스트랩 샌들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베이지 슬립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작년 봄, 한 달의 여백을 두고 배우 이준기와 서예지를 각각 만났었다. 배우로서 지닌 결은 달랐지만 연기를 대하는 방식에서는 샛길이나 우회로가 없는 이들이었다. 혹사하지 않으면 개운치 않다는 듯 끝까지 밀어붙이는 요령부득의 배우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극명히 달랐는데, 특히 에너지를 쓰는 방식에서 그랬다. 이날의 화보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먼저 배우 이준기는 등장과 동시에 현장의 공기를 뒤바꾼다. 뻗어나가는 힘으로 자신을 둘러싼 이들 모두를 무장해제시킨 뒤 그 에너지로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 서예지는 같은 질량의 힘을 온전히 자신의 안으로 쏟아 넣고 몰두한 뒤 바깥으로 뿜는다. 이렇듯 같기도, 다르기도 한 두 배우가 5월 12일 시작하는 tvN의 새 토일드라마 <무법 변호사>에서 만난다. 두 배우가 주고받을 힘의 균형점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이준기는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변호사 ‘봉상필’을, 서예지는 변호사였지만 파렴치한 판사를 참지 못하고 폭행하면서 로펌 사무장이 된 ‘하재이’를 연기한다. 여기에 각자의 과거사가 뒤엉키며 권력과 악에 대항해가는 성장담이다. ‘거악소탕 법정활극’이라는 수식답게 악을 소탕하고 정의를 세우는 과정에서 속 시원한 액션이 펼쳐진다. 법조계에서 존경받는 어른이지만 실상은 음지의 권력 실세인 부장판사 ‘차문숙’ 역으로 이혜영이, 어시장 깡패에서 대기업 회장이 된 ‘안오주’ 역으로 최민수가 가세해 이야기를 현실에 단단히 붙든다. 이 흥미로운 조합을 꾸려낸 이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연출했던 김진민 감독이다. 영화 <변호인> <공조> 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을 쓴 윤현호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이준기

촬영 틈틈이 혼잣말을 하더라. 대사를 외우는 거였나? 맞다. 드라마 <무법 변호사>가 액션도 많지만 무엇보다 대사를 차지게 쳐줘야 한다. 봉상필이라는 인물은 능글맞지만 변호사로서 날카로운 면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묵직하게 누르는 듯한 어투와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사에 대한 압박이 있다. 대사 암기력만큼은 여전히 자부하고(웃음) 외우는 거 좋아하지만, 새로운 리듬의 대사라 입에서 꼬일 때가 있다. 새 감각을 몸에 새겨려고 혼자 중얼 중얼, 미친 사람처럼.

드라마 <무법 변호사>는 어떤 작품인가? 개인의 복수극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정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액션이 더해져 통쾌함을 배가시킨다. 정의 구현이라는 주제는 재작년부터 국민이 염원해온 것이기도 하고, 지금은 정의로운 사회의 질서가 하나하나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그 가운데서 우리 드라마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김진민 감독과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11년 만의 재회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감독님과 드라마 이후에도 죽 가까이 지냈다. 배우로서 고민이 있을 때 만나면 상담을 해주시기도 하고. 어느 날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무법 변호사> 이야기를 하시며 “솔직히 말할게. 이 드라마 제안받았을 때 모든 스태프가 봉상필 역할에 이준기가 적합하다고 했지만 나는 너 안 하고 싶다고 했어”라고 하시더라. 왜 그러셨냐고 물으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우리가 같이 성공했는데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완성도 높고,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라 감독님도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점은 나 역시 마찬가지고.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연락을 받았다. “내가 너 10년은 더 먹고살게 해준다는 생각으로 드라마 만들어보겠다. 그 정도로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너무 좋더라. 김진민 감독님의 책임감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고, 성패를 떠나 감독님과 함께라면 분명 남는 것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하겠다고 했다.

다시 만난 감독과의 호흡은 어떤가? 익히 유명하시듯 여전히 강하다.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좋다. 좋다기보다 필요한 연출력이라고 본다. 이 시점에서 감독님을 다시 만나면 내 잘못된 습관이 바로잡히고 매너리즘이 깨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그 시기가 돼서 우리가 다시 만난 게 아닐까 하고. 적당히 마무리하기보다 감독으로서 밀어 붙여 무언가를 뽑아내는 것은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김진민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크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오는 분이고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준기도 어디 가서 에너지로 밀리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맞다. 스태프들이 다 미쳤다고 한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 서예지도 이준기의 에너지에 대해 극찬했다. 홍삼 먹는다.(웃음) 홍삼 준다니까···. 근데 단순히 뭘 먹고 안 먹고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 전 동생과 술을 마시는데 동생이 내게 무슨 재미로 촬영 현장에 가느냐고 묻더라. 이전까지만 해도 그런 유의 질문을 받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배우는 말이야’ 하면서. 이제는 내가 더 아이 같아져서 그런건지 “내가 TV에 멋지게 나오니까”라고 답한다. 나 한 사람 멋있게 만들어주려고 스태프들이 힘써주는데 이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늘 하고 싶다던 전문직 역할을 맡았다. 게다가 로맨스도 가미돼 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순애보적 사랑 이야기나 진한 로맨스에 대한 갈망이 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다. 근데 이런 말하면 십년지기 무술감독님은 “뭔 소리야, 지금 날아다니는데 액션 더 해야지. 너 아까워. 로맨스는 네가 남자로 더 깊어져서 해도 늦지 않아”라고 한다. 서른일곱에 어떻게 더 깊어지느냐고 하면 “너 안 깊어 보여. 어린 왕자 같아” 그러시고. 현장에서 예지도 나더러 참 순수한 것 같다고, 어린 왕자 같다고 한다. “속은 썩었어. 시꺼메” 하면 “아니야 내가 사람 볼 줄 아는데 오빠는 진짜 순수한 거 같아”라고 한다. 그럼 난 “이거 욕이야 칭찬이야?” 하고 묻고.(웃음)

서예지와 함께 이혜영, 최민수라는 대선배들과 함께한다. 이 드라마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 두 분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겠나. 최근에 최민수 선배님과 처음으로 붙는 신을 촬영했다. 서로 착착 감기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선배님도 만족하셨다. 첫 신을 찍기 전까지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내 촬영이 없는 날 최민수 선배님 촬영장에 가서 “제가 요즘 선배님 꿈밖에 안 꿉니다”라고 인사도 드렸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가는 대로 내가 받쳐줄 거야” 하셨다. 선배님이 내 연기 폭을 넓히기 위해 힘써주시고 또 내가 그걸 잘 받아먹고, 다시 토스하는 일련의 핑퐁 같은 과정이 재미있고 새롭다.

지금 배우 이준기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있다면? 당장은 이 작품의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도 있게 만드느냐 하는 건데 큰 어려움은 없다. 개인 이준기의 삶도 만족스럽다. 처음으로 취미도 생겼다. 주짓수에 완전히 미쳐 있어서 체육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 어려움이라면 팬들이 선물을 많이 주셔서 집에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는 것.(웃음) 계속 선물을 풀고 있는데도. 행복한 어려움이다.

재킷과 셔츠,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체크 수트 김해김(Kimhēkim), 화이트 레터링 힐 렉켄(REKKEN).

서예지

드라마 스틸 컷의 패닉에 빠진 듯한 표정이 강하게 남더라. <무법 변호사>가 감정의 낙차가 큰 드라마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촬영하면서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라는 점을 느끼고 있다. 액션을 하면서도 감정은 감정대로 많이 실어야 하는 역할이라 감독님이 섬세하게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쾌활한 듯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구해줘>의 ‘상미’만큼이나 감정을 많이 실어야 하는 인물이다. 액션 신이 많아 몸을 씀과 동시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작품인 <구해줘>가 배우 이력에 큰 방점이 됐다. 몸과 마음 모두 고생한 작품인데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나? 작품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왜 베테랑 배우는 작품에서 쉽게 빠져나온다는데, 나는 몇 개월 동안 작품이라는 ‘소굴’에 갇혀 사니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건 있는 것 같다. <구해줘>는 6개월 동안 매회 우는 신을 찍어서 좀 더 많이 남아 있다. 이번 드라마가 정반대의 스타일과 톤을 지닌 작품인데도 전작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분노해도 어딘가 슬픈 분노로 표현되고, 기쁨을 표현해도 기쁨이 완전히 표현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감독님 디렉션에 충실히 따르면서 많이 벗어났다.

드라마 <구해줘>와 영화 <다른 길이 있다>도 그랬고,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일상에서 드러내지 않고 살 뿐이다. 극에서는 캐릭터가 지닌 상처를 드러내야 하니 연기적인 것이 요구된다. 다만 배우로서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 신중하고 섬세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년 전, <마리끌레르>와 인터뷰하며 “배우는 마냥 즐거워서는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 생각은 여전한가? 마냥 즐거워서도 안 되고, 실제로 그렇게 즐겁지도 않다.(웃음)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느끼는 힘겨움이 있는데 나는 그걸 즐기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왜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않나. 적어도 나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즐길 수 있나? 즐기지 못하면 견디고, 참는 건데 내가 그 주기를 순환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순환이 결국 연기라는 생각이 든다. 종종 인터뷰하면서 “연기가 재미있느냐, 즐거우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 질문에 재미있지 않다고 답하면 배우 생활이 괴로운 거냐, 그럼 왜 연기자가 된 거지? 하겠지만 아마 모든 배우의 마음이 같지 않을까? 어떤 신에서는 재미있고 웃음이 나다가도 다음 신에서는 고통스럽다. 한데 이건 연기자만의 문제라기보다 모든 직업인이 그렇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기를 하는 건 왜인가? 일반 직업인은 연차를 쌓으면서 직함을 얻지 않나. 견디다 보면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며 성장하는 셈인데 연기자는 직함이나 급 대신 여유가 생기며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 같다. 조금씩 여유를 얻으며 나를 다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어떻게든 연기에 매달리려는 인상은 여전하다. 영화는 아직도 많이 보고 있나? 최근에 액션영화 <인 더 블러드>를 봤다. 신혼여행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이 복수하는 내용이다. <무법 변호사>를 준비하며 찾아본 영화인데 여주인공이 몸도 좋고 액션을 아주 잘한다. 알고 보니 격투기 선수이기도 하더라. 넘사벽임을 깨닫고(웃음) 액션을 배운다기보다 액션을 하면서 어떻게 감정을 컨트롤 하는지에 집중해 봤다. 배우들의 액션 합도 참고했다. <무법 변호사>에서는 이준기 선배님이 연기하는 봉상필의 액션 신이 많은데 내가 상대 배우로서 어떻게 그의 감정을 따라주고, 또 어떻게 하면 나로 인해 상대방의 감정이 더 드러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근데 나보다 김진민 감독님이 더 치열하게 고민해주신다. 셋이 똘똘 뭉쳐서 촬영하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액션이 가미된 장르물에서 여성 캐릭터가 제 힘을 못 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지지한다. 특정 성별이 중심이 되기보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무술감독님에게 “하재이만 너무 도움을 받는 것 같으니 봉상필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서로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여성 캐릭터가 끝까지 도움만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나도 액션 신을 하나 달라고 해서 얼마 전 조직폭력배를 때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근데 덩치가 워낙 큰 배우가 와서(웃음) 딱 봐도 내가 맞을 것 같더라. 좀 체격 작은 배우를 섭외해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하고···.

요즘 배우 서예지를 휘어잡는 생각은 무엇인가? 힘듦, 슬픔 등 가라앉는 마음이 크고, 기쁨이나 웃음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도 지치지만 그래도 현장에서는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이준기 선배님이 도움을 많이 주신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고, 특유의 에너지로 내가라앉은 마음을 살려주고 힘을 주신다. 대단한 에너지의 소유자다. 액션을 그렇게 촬영했는데도 어떻게 밝지? 많이 배우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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