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 뷔스티에 렉토(Recto), 골드 드롭 이어링 엠주(mzuu), 화이트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러플 장식 실크 드레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오버더니 부츠 펜디(Fendi).

본인의 취향과 완전히 다른 무드의 촬영이었어요. 전 원래 스트리트 스타일을 좋아해요. 구두보다 운동화가 편하고 힙합이 좋고 메이크업 컨셉트도 늘 강했어요. 그런데 요즘 부쩍 패션에 변화가 많아졌어요.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하고 연기자로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죠. 그래서 차분한 느낌의 화보를 찍고 싶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오늘 촬영한 화보도 제게는 도전인 셈이에요. 힘을 빼고 나른한 느낌?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나올지 기대돼요.

새로운 스타일과 오랜 자신의 취향 사이에서 고민될 것 같아요. 친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려요. 내 원래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이제는 큰 옷 입지 말고, 모자도 쓰지 말고 차분한 스타일로 바꿔보라는 친구들도 있죠. 지금은 뷰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연기도 하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려고 해요. 무대에서는 여전히 강해 보이고 싶어요. 그런 욕심을 버린 건 아니에요.

무대 말고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 분야가 있어요? <미미샵>에서 제가 손님들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해줘요. 그러다 보니 메이크업을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겟잇뷰티>에 출연했었기 때문에 뷰티 예능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닌데 <미미샵>은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어요. 손재주가 없어서 더 걱정됐는데 덜컥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전문가에게 메이크업을 배웠어요. 손님들이 늘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잘 나올 때도 있어요. 한번은 외국인 손님들에게 메이크업을 해드렸는데 저도 놀랄 만큼 아주 잘됐어요. 이제는 ‘똥손’에서 ‘은손’ 정도 된 것 같아요.(웃음)

손님을 대하는 일이니 교감이 중요하겠어요. <세모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덕분에 단련이 된 것 같아요. 버스에 올라타 승객에게 무작정 행선지까지 같이 가도 되느냐고 제안하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지금의 저는 예전에 비해 아주 많이 변했죠.

이 세계에 들어온 지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겠죠? 마음가짐이 가장 많이 달라졌어요. 가수로 시작했고 멤버들과 함께 연습해서 곡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완성해서 무대에 올랐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서 현장에 잘 적응해야 하니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해요. 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다가가고 그 덕분에 좋은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영화 <치즈 인더 트랩>을 촬영하면서 오연서 씨와 많이 친해졌어요. 현장에서 동료들과 친해지면 연기할 때 호흡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어요.

지금까지 달려오는 동안 하지 못해 후회되는 일은 없어요? 너무 재미없는 삶을 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일에서만 용기를 냈지 사적인 제 삶은 재미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바르게만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여행을 많이 다녀요. 전에는 비행기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죠. 제가 처음 사적으로 여행을 한 게 4년 전이에요. 해외 스케줄 때문에 간 거였지만 스케줄을 마치고 여행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 날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설렘으로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제는 해외 스케줄로 외국에 가면 자주 하루 이틀 일정을 늘려 여행을 다녀요.

아이보리 슬립 드레스 아르하(Arha).

싱가포르에서 어제 돌아왔다고 들었어요. 8일간 있었는데 스케줄이 무척 빡빡했어요. 그래도 틈틈이 맛집을 찾아다니고 유명한 관광지에도 들렀어요. 다라 TV를 위한 촬영도 하고요. 이달이 유난히 바빠요. 곧 여행 프로그램도 촬영을 시작하거든요. 한국에서 사전 촬영을 하고 스위스로 갈 건데 숙소가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엄청 고생하는 프로그램이거든요.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하기로 했어요. 헤어와 메이크업도 제 손으로 해야 해요.

다라 TV는 기획부터 모두 혼자 하는 거예요? 혼자 기획하고 촬영하고 자막 정도의 편집만 남의 도움을 받아요.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인데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해외 스케줄이 있을 때 촬영을 주로 해요. 소중한 순간을 이렇게 영상으로 기억하고 싶었어요. 작은 공연이라도 백스테이지부터 무대까지 기록으로 남겨두죠. 얼마 전에는 은지원 선배와 스타 데이트 형식으로 촬영했어요. 온라인에만 공개되는 건데도 선배가 흔쾌히 함께해주었죠. 반응도 좋았어요. 은지원 선배는 사람들에게 ‘은초딩’으로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선배미 뿜뿜’ 하는 모습이 담겼죠. 저도 이제 인맥이 꽤 넓어졌으니 지인들과 함께하는 다라 TV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라 TV를 위한 다른 아이디어도 궁금해요. 아이디어가 샘솟아요.(웃음) 음악적 욕심을 담아 래퍼와 콜라보레이션도 해보고 싶어요. 곡 작업하는 과정도 찍어보고 싶고. 늘 바쁘게 뭔가를 해요. 잠도 부족하고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감기에도 자주 걸리긴 하지만 요즘 전보다 더 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앨범 활동을 할 때는 다른 걸 할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혼자 활동하니까 그런가 봐요. 혼자 해나가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도전도 더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 성장해야죠.

탐구와 탐험의 시간을 보내고 있나 봐요. 그런 시간이 한편으로는 불안 할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잖아요. 지금은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서 기회를 살피는 시기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많이 편해졌어요. 제가 유연해지기도 했고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나온 시간만큼 철이 들었고 못 보던 것도 보게 되었어요.

가장 하고 싶어서 마음이 들끓는 일이 뭐예요? 항상 부글부글 뜨거운 마음이 샘솟는 건 무대죠.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 YG 재팬에 공연 영상을 보냈더니 일본에서도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공연할 때면 늘 ‘아, 이제 살겠다’ 하는 마음이 들어요. 무대가 주는 힘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제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고 말수도 적은 편인데 무대에서는 에너지가 넘쳐요. 음악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에 이것만큼은 하고 싶다 하는 일이 있다면요? 신곡도 하나 나왔으면 하고 다라 TV를 통해서 노래 커버도 해보고 싶어요.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 중에 노래 커버 영상이 많은데 제 스타일로 한번 해보려고요. 2018년이 버린 시간 없이 잘 달린 한 해로 기억에 남았으면 해요. 시간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무의미하게 지나가버리면 너무 아쉽고 아까워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힘껏 달릴 거예요.

화이트 레이스 원피스 이자벨 마랑 바이 무이 청담(Isabel Marant by MUE CHANGDAM), 화이트 스틸레토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