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STRONG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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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과 같은 시간을 지나는 와중에 우리가 무사히 오늘을 보내며 무탈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마음을 다해 애쓴 사람들 덕분이다.

허준녕

의무사 신경과 군의관 대위 | 코로나19 관련 앱 개발

코로나19 의료진과 환자를 위해 만든 앱 우선 의료진을 위해 환자 중증도를 보다 쉽게 분류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기반해 어떤 환자가 중증이고 경증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앱이다. 환자용 앱 ‘COVID19 CheckUp’은 어떤 증상일 때 선별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내가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을 찾던 차에 예전부터 관심 있고 좋아하던 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의료적인 지원 서비스를 개발했다.

가장 보람찼던 순간과 절망적인 순간 환자용 앱의 경우 접속자 수가 21만 명이 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앱을 쓰고 있다는 메일이 오는데, 그럴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의료진으로서는 절망적인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다. 뉴욕에서 레지던트를 하는 동기가 일하던 병원에서 간호사가 죽기도 하고, 쓸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차선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랬다. 환자를 위해 당연히 최상의 장비를 써야 하는 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볼 때 무척 절망적이었다.

여러 영역에서 고군분투 중인 사람들에게 대구시에 갔던 동료 의료진은 근무와 자가격리를 포함해 짧게는 6주, 길게는 8주까지 아예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곤 다시 의료 현장에 투입되었다. 사람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다. 그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힘을 내기를 바란다. 지금 모든 의료 진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나 역시 그때를 대비한 앱과 데이터베이스를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감염병이 돈 후에 연구하고 논문을 써서 의료법을 도입했다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바로 의료 체계에 도입하는 방식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연구를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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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브런치 작가 | 코로나19 완치 판정자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을 브런치에 공유한 이유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의료원의 음압 병실에서 28일 동안 있었다. 뉴스에서 숫자로 마주하던 확진자가 내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직장 동료에게 감염된 남편을 통해 나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2월 말쯤 확진자가 되고 보니, 확진 판정 이후의 과정이나 경험담을 전혀 찾을 수 없어 답답하고 두려웠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분위기여서 그랬을 것이다. 나라도 기록을 남기면 누군가는 덜 당황하고 덜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다. 망설임 끝에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고, 약 60만 명이 공감해줬다. 덕분에 지금은 격리 해제되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경험한 코로나19 발열 여부가 코로나19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알려졌지만 우리 부부는 모두 열이 나지 않았다. 뉴스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 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코로나19에 걸리면 병원에서 모두 그런 모습으로 지내는 줄 알았다. 나는 무증상이었기 때문에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겉은 멀쩡해도 확진자일 수 있기 때문에 퇴원 후에도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고 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순간과 희망을 보았던 시간 확진 판정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이 가장 절망적이었다. 나는 양성 판정을 받았고 아이들은 모두 음성이어서 당장 아이들과 분리되어 병원으로 이송될 거라는 전화였다. 백일이 채 지나지 않은 둘째는 당시 모유 수유 중이었고 온종일 품에 안고 지낸 시간이 많아 혹시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리진 않았을까 무척 불안했다. 이와 동시에 감사했던 건 그럼에도 살아날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다. 증상이 없고 아이들이 음성임에, 우리 부부 때문에 다른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있음에 감사했으며, 확진 소식을 빠르게 확인해준 보건소 공무원과 의료진에게도 고마웠다. 또 따뜻한 말로 위로해준 지인과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 익명의 이웃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온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이 마음속 깊이 울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라는 극한 상황에서 절망과 희망이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막연한 불안으로 생긴 혐오보다는 배려와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힘든 시간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감사한 일을 찾아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겠지만,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분들의 땀과 노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거다. 조만간 모두가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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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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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필리포 벤투리는 정부의 이동 제한으로 외출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작은 테라스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새로운 안식처가 된 테라스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이웃에게 안부를 전하는,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들.

“이탈리아 정부는 4월 중순까지 이동 제한을 명령했다. 이런 조치에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감염 속도까지 빨라 아마 4월 말까지 이동 제한이 연장될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편인데 지금 동네의 거리는 텅 비었고 문을연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좀처럼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 우리는 매일 총리의 기자회견에 귀 기울인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적응해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개를 데리고 산책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버렸다. 자유롭게 외출할 수 없게 되었고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도 없고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갈 수도 없다. 이탈리아의 외곽 도시 포를리(Forli)에 사는 필리포 벤투리 (Filippo Venturi)는 지난가을 중국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관련 소식을 듣고 프로젝트를 연기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시간 내에 다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을지 확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도 한국처럼 확진자의 동선을 빠르게 추적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외출할 수 없게 된 이후 집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 다. 나의 아들 율리스는 집 안의 모든 물건을 들여다보고 탐험한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든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우리가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다독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은 생각을 한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필리포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이창>의 주인공처럼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웃을 바라보 았다. 빨래나 말리던 작은 공간인 정원과 테라스는 이제 사람들이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도시 포를리를 사랑한다. 집근처에 큰 공원이 있고 대체로 날씨도 좋다. 가까운 곳에 친구와 친척이 살아 종종 그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곤 했다. 내게는 이 도시가 작은 천국 이었다.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이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되면 가보지 않은 나라에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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