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에베 2021 봄 여름 룩북

앤시아 해밀턴이 모델로 등장한 로에베 2021 S/S 룩북.

로에베 LOEWE

조나단 앤더슨이 2015년 로에베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에 전시할 작품을 아티스트 앤시아 해밀턴에게 의뢰하면서 시작된 둘의 인연은 꾸준히 밀접하게 이어져왔다. 2016년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앤시아 해밀턴의 전시에 로에베가 제작한 의상이 등장하거나 로에베 주요 매장에 그녀의 작품을 배치하는 것처럼 말이다. 로에베는 2021 S/S 컬렉션에도 그녀와 함께했다. 그녀의 주도하에 ‘Show on the Wall’을 컨셉트로 거대한 포스터로 만든 새 시즌 룩북과 벽지 그리고 이를 직접 붙일 수 있는 도구들을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대형 포트폴리오가 연상되는 박스에 담았다. 이들의 행보는 패션과 예술의 시너지가 인상적으로 극대화된 컬렉션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드리스 반 노튼 비비안 사센 렌 라이

‘Colour- light’,1938

드리스 반 노튼 DRIES VAN NOTEN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새 컬렉션을 쇼가 아닌 캠페인 컷으로 소개한 드리스 반 노튼. 팬데믹 시대가 그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게 했고, 그 결과 공들인 이미지들이 탄생했다. 네덜란드 사진가 비비안 사센이 촬영한 감각적인 룩북 이미지에 영감을 준 건 바로 뉴질랜드 예술가 렌 라이의 작품이다. 렌 라이 파운데이션과 손잡고 개발한 사이키델릭한 패턴 또한 눈여겨볼 것. 1920년대에 셀룰로이드 필름에 그림을 그린 독창적인 작업으로 명성을 드높인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브랜드의 예술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컬렉션이 탄생했다.

 

 

아크네 스튜디오 2021 봄 여름 컬렉션

‘In wishes and a Bad Dream’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TUDIOS

일출과 일몰 그리고 월출까지, 자연현상에 초현실적이고 종교적인 감성을 불어넣은 아크네 스튜디오에는 빛을 머금은 소재와 신비로운 컬러를 조합한 룩이 대거 등장했다. 이 우주적인 분위기의 중심엔 아티스트 벤 퀸이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 예술가가 사랑하는 별 모티프가 아크네 스튜디오의 룩에 고스란히 안착해 강렬하게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의 페인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바스락거리는 홀로그램 소재 역시 시선을 강탈하기 충분했다. 아티스트의 작품 덕분일까? 이 세상 룩이 아닌 듯하면서도 동시대적인,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미감이 빛을 발했다.

 

 

루이 비통 우르스 피셔

(왼)우르스 피셔의 작품으로 디스플레이한 쇼윈도. ©Pierre Ange Carlotti

루이 비통 LOUIS VUITTON

예술의 영역을 그 어떤 브랜드보다 적극적으로 넘나드는 루이 비통이 이번에 지목한 주인공은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다. 컬렉션의 일부가 아닌 캡슐 컬렉션 형태로 예술적 존재감이 넘치는 협업을 선보여온 루이 비통은 우르스 피셔와 다채로운 결과물을 완성해냈다. 아티스트 특유의 초현실적 미감이 담긴 새로운 모노그램 패턴을 비롯해 쇼윈도 디스플레이, 팝업스토어는 물론 디지털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혀 브랜드의 저력을 공고히 했으니! 스테판 스프라우스와 무라카미 다카시처럼 루이 비통 역사에 남을 협업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봐도 좋겠다.

 

 

보스 2021 봄 여름 컬렉션

©William Farr

보스 BOSS

자연물과 인공물, 이 두 가지를 조합한 설치 작품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윌리엄 파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패셔너블하다. 그건 그가 패션을 전공한 영향인지도 모른다. 꽃과 채소, 콘센트, 철사, 전구 등이 혼재하는 구조물은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세기말적인, 정반대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윌리엄 파의 작품을 룩에 자수로 새기고, 인비테이션으로 활용한 보스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작가의 DNA와 닮아 있다. 혼돈의 시대에 자연주의 사상을 주입하고자 한 디자이너의 의도는 윌리엄 파를
통해 결실을 맺었다.

 

 

끌로에 코리타 켄트

(왼)Viva’, 1967, (오)‘I Can Handle It’,1966

끌로에 CHLOÉ

나타샤 렘지 레비의 마지막 끌로에 컬렉션엔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Why not enjoy life every week?’, ‘Hope’처럼 긍정의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적혀 있었는데, 이는 코리타 켄트 혹은 메리 코리타 켄트 수녀로 불리는 예술가의 작품이다. 성경 구절이나 광고 로고, 비틀스의 노래 가사 등을 그래픽적 실크스크린으로 양산해 예술의 대중화에 힘쓴 그녀의 작품은 끌로에가 팬데믹 시대에 꿈꾸는 희망을 완벽하게 대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