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BENJAMIN MILLEPIED

CHANEL

문학부터 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예술에 둘러싸여 살던 가브리엘 샤넬은 어느 날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창작한 <봄의 제전> 안무를 보고 무용의 세계에 매료된다. 그 순간부터 샤넬에게 춤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닌 자유에 대한 은유이자 아름다움의 언어가 되었다. 이러한 창립자의 정신을 이 어받아 샤넬 하우스는 2018년부터 파리 국립 오페라 댄스 시즌 오프닝 갈라를 공식 후원한다. 찬사를 받은 후원작 중 지난 11월 막을 올린 작품 <그레이 스(Grace)>는 뉴욕시티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출신인 뱅자맹 밀피에(Benjamin Millepied)가 안무를 창작한 작품으로, 뮤지션 제프 버클리의 삶과 음악 을 기린다. 보수적인 발레의 형식을 깨고 현대적 의상과 뮤지션을 무대에 올리는 파격적 구성을 선보인 이 작품은 다양한 문화를 융합하고자 한 샤넬의 바람을 우아하게 대변하는 동시에 한 세기 넘게 이어온 무용에 대한 애정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SUSAN FANG SUPPORTED BY DOLCE & GABBANA

DOLCE & GABBANA

새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돌체앤가바나가 후원하는 수잔 팡의 컬렉션이 공개됐다. 돌체앤가바나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해온 사례는 미스 소희, 매티 보반, 토모 고이즈미, 캐롤라인 비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하다. 수혜 대상을 이탈리아 태생의 디자 이너로 제한하는 대신 세계 각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엄선하고 밀라노로 불러들인다는 점이 독특한데, 이는 자국 문화를 사랑하기로 소문난 디자이너 듀오가 새로운 감각과 낯선 문화를 불어넣음으로써 점차 상업화되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계를 소생시키고자 한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LOUIS VUITTON

LOUIS VUITTON

루이 비통을 포함한 LVMH 그룹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통 수호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분야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재개관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을 비롯해 세계 곳곳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에스파스 루이 비통(Espace Louis Vuitton) 역시 이러한 그룹 철학이 집약된 예. 특히 예술적 창조력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철학을 여과 없이 흡수해 대중의 예술 감각 함양에 중점을 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럭 셔리 하우스의 거대 자본을 양분 삼아 인본주의를 꽃피운 사례로, 단순한 전시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이곳에서는 현재 건축물 을 탐구하는 전시와 VR 이벤트가 열리며 4월 9일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25>전이 막을 올릴 예정이다.

BOTTEGA VENETA

BOTTEGA VENETA

하우스의 DNA에 가장 선명히 각인되어 있는 것, 그리고 인트레치아토나 가죽공예 등 여러 유산의 근간이 되는 것. 보테가 베네타는 자신의 뿌리와도 같 은 장인정신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난 2023년 10월 장인 양성 아카데미 ‘아카데미아 라보레 인제니움(Accademia Labor et Ingenium)’을 설립하고 연 간 50명의 학생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5명의 하우스 장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수료자에게 보테가 베네타 입사를 보장할 뿐 아니라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의 파트너사와 협업함으로써 장인 문화의 보존에도 큰 힘을 보탠다. 커리큘럼에는 제작 전반에 관한 강의를 비롯해 럭셔리 업계에 대한 인사이트나 네트워킹 능력 함양 교육 등이 포함된다. 공격적이고 노골적인 마케팅이 지배적인 시대에 이런 행보를 결정한 이유를 묻자, 보테 가 베네타의 글로벌 CEO 레오 론고네(Leo Rongone)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카데미를 통해 보테가 베네타를 이루는 공동체 정신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 리고, 기술 전수와 혁신 기반의 풍부한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장인을 양성하고자 한다.” 과거를 알고, 지역사회와 브랜드의 나아갈 길을 함께 도모하는 고집과 열성. 진정한 21세기식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