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AGING








젊음을 향한 지나친 찬미를 멈추고, 자연스러운 나이 듦을 지향하자는 세계적인 풍토는 칸 레드카펫에서도 이어졌다. 인터뷰에서 나이 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고 싶다고 말한 88세의 제인 폰다를 필두로 틸다 스윈턴과 모니카 벨루치, 케이트 블란쳇, 카트린 드뇌브, 데미 무어, 줄리엣 비노쉬, 이자벨 위페르까지- 50대 이상의 여성 배우들이 관록 있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증명한 것. 특히 2024년 <서브스턴스>를 통해 이러한 담론을 불러일으킨 63세의 데미 무어는 오간자, 페이크 퍼, 시퀸 등 다양한 소재의 구찌 드레스를 쿨하게 소화해냈고, 틸다 스윈턴은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샤넬의 벨벳 수트와 레드 저지 드레스로 시선을 모았으며, 2026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는 셀린느의 권위적인 턱시도 수트와 프레드의 부드러운 하이 주얼리를 믹스 매치하며 ‘우아함’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THE WOMAN OF THE MOMENT

줄리앤 무어는 2026년 ‘우먼 인 모션 어워드(Women In Motion Award)’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제79회 칸영화제의 얼굴로 각인됐다. 2015년 출범한 우먼 인 모션 어워드는 칸영화제와 케어링 그룹이 영화계에 대한 여성들의 기여를 조명하고 기리기 위해 발족한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로서 지닌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평가의 대상이 된다. 케어링 그룹은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줄리앤 무어는 영화계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다양성을 옹호하고, 더 나은 대표성과 평등을 지지하는 데 앞장섰다. 그의 경력과 헌신은 ‘우먼 인 모션’의 가치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영예의 자리에서 그는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보테가 베네타의 화이트 셔츠와 배럴 팬츠로 진정한 파워 드레싱을 완성했다.
‘K’ANNES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는 요즘, 칸영화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전지현과 정호연, 황정민, 조인성 등 한국 배우들을 향한 취재 열기가 유독 뜨거웠던 것.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Colony)>의 주연을 맡으며 데뷔 후 처음으로 공식 초청작의 배우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전지현과 나홍진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 <호프(Hope)>의 주연으로 초대받은 정호연은 각각 루이 비통의 화이트 케이프 드레스와 실버 비즈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으며, <호프>에 출연한 황정민과 조인성 역시 루이 비통의 포멀한 수트를 착용했다.
THE TRINITY



오로지 스타일만으로 어마어마한 화제를 낳은 세 인물, 데미 무어와 클로이 자오 그리고 벨라 하디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데미 무어는 개막부터 폐막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자크뮈스, 구찌, 발렌시아가, 톰 브라운 등 무려 13벌의 드레스를 입었고, 마찬가지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감독 클로이 자오는 보테가 베네타의 엠브로이더리 드레스와 오버사이즈 수트 등을 완벽히 연출하며 ‘가장 스타일리시한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한편 과감한 노출을 즐기던 벨라 하디드는 품위를 위해 네이키드 드레스 착용을 금지한 칸의 복장 규정에 순응하며 온몸을 감싸는 프라다의 드레스로 숨겨왔던 우아한 면모를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ICON IN THE MAKING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드레스 사이에서 고요한 존재감을 뽐내며 이름을 알린 루스 네가.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초대될 정도로 작품성과 연기력 측면에서는 정평이 난 인물이지만, 모범생 같은 이미지 때문에 패션계와는 거리가 먼 그였기에 이처럼 화제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발렌시아가의 긴 장갑과 하이넥 드레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셀린느의 화이트 드레스 룩을 보면, 머지않아 주요 패션 하우스의 앰배서더로 이름을 올릴 거란 기대까지 하게 될 정도.
MEN OF VISION


배우들의 각축장으로 여겨지던 레드카펫에서 패션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가며 화제를 모은 두 남성 감독, 박찬욱과 니콜라스 윈딩 레픈. 칸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알린 박찬욱은 생 로랑의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 턱시도 수트에 나비넥타이를, 10년 만의 장편영화이자 제79회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허 프라이빗 헬(Her Private Hell)>을 공개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타이트한 핏과 싱글 버튼의 조합이 모던한 프라다의 수트를 선택하며 빼어난 패션 감각을 드러냈다. 두 거장의 완벽한 수트 핏과 의외의(!) 미모, 그리고 여유로운 레드카펫 애티튜드는 어떤 배우와 견주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