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즌째 변함없이 런웨이에 오르는 트렌드가 있다. 가령 ‘은은하게 광택이 도는 자연스러운 피부’ 같은 거다. 식상하지만 절대적인 스타일에 수긍하면서도 은근히 새롭고 독특한 스타일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컬러의 헤어가 런웨이에 등장해 그 갈증을 풀어주었다.

그중 알렉산더 왕 쇼에 등장한 모델 스텔라 루시아의 로즈 쿼츠 컬러 헤어가 특히 반응이 좋다.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마다 라벤더와 벚꽃이 지는 서정적인 풍경이 연상될 정도니 그 매력이야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터. “알렉산더 왕은 핑크와 퍼플, 코럴이 어우러진 오묘한 핑크색을 원했어요. 무려 8시간 동안 그레이와 핑크, 퍼플을 이용해 컬러링 작업을 했죠. 이 로즈 쿼츠 컬러는 모든 여성에게 핑크색 헤어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알렉산더 왕 쇼의 헤어스타일을 맡은 귀도 팔라우의 설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로즈 쿼츠 헤어는 메이크업을 최소한만 했을 때 가장 빛난다. 그런가 하면 펜디 쇼를 담당한 헤어 스타일리스트 샘 맥나이트는 잉키 블루와 청록색으로 염색한 앞머리 가발을 클립으로 고정했다. 그가 이 색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피터 필립스가 모델의 눈에 아이라인을 그리기 위해 컬러를 테스트하는 날이었어요. 그의 손등에 온통 푸른 계열의 아이라이너가 묻어 있었죠. 그걸 보고 네온 그린과 블루에 그레이, 블랙을 몇 방울 떨어뜨린 색으로 헤어피스를 염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만든 헤어 컬러와 파격적인 펜디의 의상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뤘음은 당연지사! 아이그너와 알베르토 잠벨리 쇼에서는 모발의 특정 부분에 컬러를 입히기 위해 헤어 초크를 동원하기도 했다. 매트한 파스텔컬러 헤어 초크를 가르마 주변에 균일하게 칠한 것.

나른해지기 쉬운 봄, 일상에 강렬한 기운을 더하고 싶다면 이처럼 대담한 헤어 컬러에 도전해보는 건 어떤가? SNS 피드를 수놓은 당신의 아름다운 헤어 컬러 때문에 팔로어가 급증할 확률도 높거니와 염색을 하면 모발에 볼륨감이 생긴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 이 바로 헤어 컬러를 바꾸기에 최적기라는 사실만 알아두길. 누가 알겠는가? 당신이 1년 뒤엔 검은 머리를 질끈 동여매야만 하는 직종에 몸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