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지 뷰티가 돌아왔다.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 파격적인 그런지 스타일로 패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마크 제이콥스의 1993 S/S 페리 엘리스 쇼를 재현 한 듯한 그런지 룩이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대거 포착된 것. 둔탁한 컴뱃 부츠를 신고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가 뒤섞인 너바나의 음악에 맞춰 걷던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의 헝클어진 머리와 무심한 듯 보이는 스모키 아이 그리고 짙은 벽돌색 입술을 2022년 런웨이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1990년대를 그리는 향수가 짙은 이들은 물론 지나치게 정제된 메이크업을 고루하게 느끼는 이들에게도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먼저 마크 패스트, 질 샌더, 오스만 유세 프자다, 수프리야 렐레의 쇼를 보자. 하나같이 번진 듯한 스모키 아이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클럽에서 거울 한번 보지 않고 한나절 놀다 나온 여인들처럼 한없이 쿨하다. 코치, 발렌티노, 퍼펫츠 앤 퍼펫츠, 드롬은 짙은 브라운 혹은 브릭 컬러 입술로 1990년대 무드의 뷰티 룩을 완성했는데, 이 중에서도 드롬은 입술을 브라운 컬러로 채우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입술 중앙은 비우고 입술 선을 따라 외곽만 브라운 컬러로 그린 궁극의 레트로 립으로 과거의 기억을 완벽히 소환했다. 반면 프라이빗 폴리시는 처피 뱅의 보브 헤어를 촉촉하게 적 신 웻 스타일로 그런지 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런지 뷰티의 매력은 신경 쓰지 않은 듯 무심해 보일수록 빛을 발한다. 그러니 이번 시즌 트렌드세터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면 화장대 앞에서 조금 터프해져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