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라인에 블랙 컬러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원피스 세드릭 찰리어 바이 한스타일(Cedric Charlier by Hanstyle), 알파벳 T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티파니 T 스퀘어 링, T자 모양에 다이아몬드를 장식한 티파니 T 와이어 브레이슬릿, 볼드한 T 스퀘어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를 풀 세팅한 심플한 디자인의 메트로 뱅글 모두 티파니(Tiffany & CO.).

임수정이 인터뷰이가 아닌 인터뷰어가 되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인터뷰는 재능 있는 신진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아티스트 후원 프로젝트 바이 임수정’의 일환이자 핵심이다.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의 문화, 예술을 섭렵해온 임수정은 가장 자신다운 방법으로 아티스트들을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렇게 기획된 ‘아티스트 후원 프로젝트 바이 임수정’이 올해로 3회째에 접어든 것이다. 임수정은 스스로 의욕적인 인터뷰어이자 성실한 안내자가 되어 아티스트를 인터뷰한 후 글을 통해 그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올해는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후원금은 아티스트의 해외연수와 작품 창작, 개인전 기획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올해 선정된 아티스트는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와 시각예술가 장성은이다. 오늘 아침, 임수정은 이들과의 만남의 결과물을 원고로 작성해 송고해왔다.

인터뷰 후 함께 채식 파스타를 먹으며 임수정은 말했었다. “의도치 않게 이번에 만난 작가 두 분은 모두 공간에서 영향을 받은 작업을 하는 분들이었잖아요. 제 개인적인 화두가 이런 만남으로 이어지니 신기해요. 저도 공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특정 공간이 배우로서 연기를 하게 해줄 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보내는 일상의 시간에서도 그렇고요. 어떤 공간인지, 그 공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나를 보는 게 재미있어요. 결국에는 내가 있는 공간과 내가 닮아 있더라고요. 내가 어떤 공간이 좋아서 찾아가기 시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봐요. 점점 더 나와 닮은 공간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단순히 지금 사는 집뿐 아니라 내가 있는 환경,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 지내고 싶은가 하는 것까지 모두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자신과 닮은 공간을 찾고, 채우고, 가꾸는 과정에는 사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임수정은 늘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작년에 만났을 때도, 그전에 만났을 때도, 그녀는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얼마 전 영화 <은밀한 유혹> 촬영을 마치고는 곧장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문화재를 보러 경주랑 부여에 갔어요. 어른이 되어서 간 경주는 어릴 적에 본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비로운 도시이기도 하고,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문화재들을 보면 난 백 살도 안 됐는데, 참 어마어마하구나 싶어요. 어릴 적에 단순히 공부를 위해 익힌 역사가 아니라 그냥 가서 삶을 느끼는 거에요.” “여전히 뭘 많이 배우고 있어요. 특히 좋아하는 건 책을 읽는 시간이랑, 전시회에서 보내는 시간이에요. 혼자 있을 때는 어쨌든 외롭잖아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공허함이 밀려와서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했는데, 그 시간에 또 외로워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뭔가 치유되는 것 같아서요. 보통 예술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내 곁에 두는 것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예술을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작품도 강박을 벗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보려고 하고, 이번에 아티스트들과 만났을 때도 마냥 즐거웠어요. 순간순간 그냥 즐거우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공간에 찾아가기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임수정이 매년 아티스트를 만나 그들의 공간을 들여다 보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들과의 만남이 배우 임수정에게도 어떤 동력이 되는 게 분명해 보인다. 창작자와 창작자의 만남이기에 가능한 소통의 영역 또한 귀한 체험일 것이다. 사진 작업을 하는 장성은 작가를 인터뷰하던 도중 임수정은 이런 말을 했었다. “그런데 대상이 된다는 것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아서, 가끔은 대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을 쳐요.” 임수정은 배우로서 항상 잘해왔고,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을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이제는 배우로 사는 데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익숙해질 법한데 매번 또 어려운 지점이 생기고, 모든 일이 다 그런가봐요. 여전히 되게 외롭기도 하고, 어떤 순간은 즐겁기도 하고, 어떤 순간엔 주목받는 게 짜릿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너무 싫고. 단순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관건은 내가 얼마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 듯해요. 좀 더 실험적이거나 창의적인 작업에 노출될 때 다소 해소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길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에너지를 받기도 해요.”

그녀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좀 더 날것의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도구는 바로 글쓰기다. 그녀는 틈틈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감정 상태, 어떤 상황에서 깨달은 것 등을 바로바로 적는다고 했다. “일기 형식이 될 때도 있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형식이 될 때도 있고, 갑자기 소설처럼 그와 그녀가 나오기도 하고, 욕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웃음) 주위에서도 제가 글쓰기에 애착이 있고, 그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아니까 더 많이 쓰고 보여주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직까지는 못 보여주겠어요.(웃음) 글을 쓰는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라 아주 은밀해요. 그래서 재미있고, 나 자신이 좀 더 드러나는 작업이고,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요즘 자신의 본모습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툭 드러내는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게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건, 오해를 사건, 욕을 먹건 본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고 말하는 임수정은 이제 ‘진짜’ 임수정을 보여줄 준비가 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안락한 나만의 공간에서 걸어 나와 다른 사람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그녀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동안은 나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어요. 여배우로 15년 정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많이 드러내지 않게 되죠. 그런데 이젠 내가 좀 부족한 게 있어도 나를 좀 더 드러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이게 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를테면 어느 장소에 가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요. 그 장소에서 뛰쳐나오고 싶죠. 예전에는 꾹 참았다면 이제는 도저히 못 견디고 바로 나오게 돼요. 나는 이런 모임에서는 못 견디는 사람이라는 게 정리가 된 거죠. 내 안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점점 분명하게 보이고 그것 또한 인정하게 되는 것. 그런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만족스러워도 이게 나니까 내 모습대로 살아가야겠구나. 배우로서도 좀 더 두려움 없이 활동하고, 개인의 삶에서도 더 자유롭게 나를 드러내고, 내가 원하는 쪽으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야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랙 케이프 원피스 발렌티노(Valentino), 커팅이 독특한 실버 소재의 라운드 펜던트와 뉴 와이드 커프 모두 티파니(Tiffany & CO.).
블랙 더블 수트 김서룡(Kimseoryong), 짧게 연출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크라운 키 펜던트, 플래티넘 골드와 로즈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화려하게 세팅한 빈티지 열쇠 모양 프림 로즈 키 펜던트, 메트로 링 모두 티파니(Tiffany & CO.).
화이트 원피스 도나 카란(Donna Karan), 블랙 가죽 래핑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골드 원에 다이아몬드를 풀 세팅한 메트로 펜던트,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메트로 뱅글과 링 모두 티파니 (Tiffany & CO.).
블랙 슬리브리스 점프수트 박춘무(Parkchoonmoo), 볼드한 아틀라스 펜던트 목걸이와 실버와 로즈 골드 아틀라스 뱅글 모두 티파니(Tiffany & 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