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틀넥 발리(Bally).
옐로 반소매 니트와 팬츠 모두 벨루티(Berluti).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썹 때문일까,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교 많은 한 걸 그룹 멤버의 남편으로 나와 상대적으로 차가워 보이던 모습 때문일까. 나는 막연히 홍종현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한 번, 나긋나긋하고 열려 있는 말투에 또 한 번 홍종현이 달리 보였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이게, 좀 그런 것 같아요.” 만나기 전 별 수없이 품고있던 편견이 그가 한마디씩 할 때마다 무너졌다. 예상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했더니 수 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한 오늘 촬영이 편해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성이 가득한 말투를 되새겨보니 최근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 보여준 지고지순하고 충절을 지닌 ‘왕린’이 실제의 홍종현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심을 가지고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지금 홍종현을 다시 볼 때다.

요즘은 뭐 하면서 지내요? 쉬는 방법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주로 하는데 대부분 사소한 것이에요. 친구들 만나고 가족들 보고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배우고.

쉴 때도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인가요? 작품을 할 때는 다른 일을 못 하잖아요. 그러다 작품이 끝나면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가해지죠. 그래서 작품을 할 때는 항상 생각해요. ‘이것만 끝나면 이것, 이것을 해야겠다.’ 하지만 막상 쉴 때는 생각처럼 안 되는 경우가 있고요.(웃음)

<왕은 사랑한다>가 작년에 종영했는데 함께 출연했던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만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여럿이 인연을 이어 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왕은 사랑한다>는 사전 제작 드라마인데다 촬영 기간이 꽤 길었는데 사극이라서 산에서 촬영을 많이 했거든요. 거의 매일 붙어 있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친해지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를 한두명 만날 수는 있어도 또래의 모든 출연진이 다 친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가요? 보통 그렇지 않아요.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대신 친해지면 완전히 친해지고, 그러면 오늘 저에게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고 하신,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들어요.

주로 어떤 사람과 에너지가 잘 맞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사가 겹치면 수월하게 친해졌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왜, 있잖아요. 말 몇 마디 나눠보면 편하고 서로 말 없이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맞아요. 올해로 데뷔 11년 차죠. 항상 그랬겠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작품을 고르는 데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나 처음 가보는 장소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어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지닌 캐릭터나 반전이 있는 스토리에 많이 끌려요. 전체적인 재미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최근 나온 작품 가운데 인상 깊게 본 것이 있나요?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무척 재밌게 보고 있어요. 그런 식의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공부를 즐겁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악기 같은 걸 배운다면 즐겁지만 잘 안 돼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고 하기 귀찮을 때도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공부한다는 기분이 들면서도 힘들지 않아서 좋아요.

주로 배우에 감정이입해서 보는 편인가요? 볼 때마다 달라요. 영화마다 다르기도 하고 신마다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다르기도 해요. 그런 것보다 보고 나서 느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아해요. 어릴 때 갔던 유원지를 커서 가면 느낌이 다르듯이 영화도 그렇더라고요.

지금껏 해온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배운 작품은 뭔가요? 항상 최근에 한 작품이 새로운 배움의 장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당면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돼요. 그러고 다음 작품을 하면 앞서 고민을 해결한 것과 무관하게 또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죠.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니까 항상 최근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몰라요. 촬영이 끝나고 지금처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봤을 때 새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땐 쉬지 않고 일을 많이 하고 시간을 최대한 많이 투자해서 뭐라도 하나 더 하자는 욕심이 있었어요. 사실 작년에 드라마를 끝내고 줄곧 쉬었어요.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이죠. 불안하고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한 번은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취미가 꽤 다양하죠? 뭘 할 때 제일 즐거워요? 많이 얌전해지긴 했는데 아직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활동적인 걸 넘어 격한 운동도 좋아해서 축구도 하고 오토바이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해요.

해외로 갈 때도요? 서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부산에서 오토바이를 배에 실어 일본으로 간 적이 있어요. 일본에서 오토바이로 여행하고 돌아왔죠. 유후인에서 내려 한 바퀴 돌고 나가사키까지 갔다 왔어요. 지도를 보고 무작정 ‘여기로 가보자’ 하고 갔어요. 가다가 배고프면 오토바이 세우고 아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또 가다가 피곤하면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잡고 쉬었어요. 바다가 보고 싶으면 지도를 보고 바다 쪽으로 가서 오토바이를 대충 세워놓고 수영을 했죠.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 즐거운 거겠죠? 저는 아직 혼자 여행 갈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는 건 어릴 때부터 다 했어요. 그런데 여행은 여럿이 가는 게 좋아요. 저에게 여행은 가서 많이 비우고 그동안 못 했던 생각도 하는 시간인데 그런 시간을 제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면 더 즐거우니까 친구들과 같이 가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셔츠 노앙(Nohant), 스트라이프 팬츠 펜디(Fendi).
베이지 재킷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패턴 셔츠 포츠 1961(Ports 1961).

홍종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뭐예요? 불면증이 있어요. 심할 때가 있고 덜할 때가 있는데 중학교 때부터 그랬으니까 좀 오래됐죠. 잠들 것 같은 때를 지나면 잠이 오지 않아요. 그게 요즘 제일 큰 스트레스예요. 그래서 제 방에는 소리 나는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중학교 때 방에 벽걸이 시계가 있었는데 초침 소리 때문에 못 잤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다음 날 쉬면 상관없는데 오늘처럼 촬영이 잡혀 있다거나 아침 일찍부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는 ‘큰일 났다, 빨리 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더 못 자요.

자신의 어떤 면을 제일 좋아해요? 겁이 별로 없는 거요. 저는 늘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었는데 어릴 때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르니까 제 그런 성향에 대해 의심했어요.

뭐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요? 네, 그랬는데 진득하게 하게 되는 게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취미 선에서 멈추자 싶은 것도 생기고. 그래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무엇이 됐든 네가 관심 가는 일이 있을 것 아냐. 그걸 해봐. 그리고 재미있으면 더 해봐, 질릴 때까지. 해봐야 알지,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시간만 가.” 하고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있는데, 저도 걱정은 되지만 대체로 ‘안 해봤으니까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잖아? 그리고 못하면 또 어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그런 면이 거리낌 없어 보이나 봐요.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 아닐까요?

대단히 큰 장점이죠. 5월에 여행 가고 싶은 곳은 없어요?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어요. 날씨가 좋으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가도 좋겠네요. <왕은 사랑한다>를 제주도에서 촬영했는 데, 가로등조차 없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제주도가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싶더군요.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핑크 실크 셔츠 클리프웨어(Clif Wear), 팬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운동화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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