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과 스크린 위에서의 다양한 의상을 통해, 샤넬은 영화계와 자연스럽게 파트너십을 맺어 오고 있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룩으로 배우와 감독, 관객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죠.
창립자인 가브리엘 샤넬부터, 칼 라거펠트 그리고 현 예술 감독 버지니 비아르에 이르기까지. 샤넬은 언제나 여성을 정당하고 주체적인 인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샤넬을 입은 다이애나 스펜서
샤넬은 파블로 라라인(Pablo Larrain) 감독의 영화 <스펜서>와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협업 역시 영화 제작에 동참해 영화계를 지원하고자 하는 샤넬의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샤넬의 앰버서더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아 개봉 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스펜서>는 3일간의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생드리엄 별장에 모인 영국 왕실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그 가운데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남편인 찰스 왕세자의 외도와 자신을 옥죄어 오는 왕실의 전통,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처참히 무너져가는 다이애나의 감정변화를 섬세히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속해 있던 세계의 특권을
관객이 이해하길 바랐고,
샤넬은 이를 전달하는 훌륭한 방법이었다.”
– 재클린 듀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놀랍도록 섬세한 감정 연기와 함께 영화의 관전 포인트로 거론되는 부분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샤넬 룩입니다.
<작은 아씨들>, <안나 카레니나>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재클린 듀런(Jacqueline Durran)이 이번 영화의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해 다이애나의 룩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그녀의 스타일을 연구하는데 집중했고, 수년간의 패션을 담은 무드보드를 만들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영화에서 크리스틴은 다양한 샤넬 의상과 주얼리를 착용합니다. 이 가운데 다이애나가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 신에서 착용한 ‘오뜨 꾸뛰르 드레스’처럼 이번 영화를 위해 샤넬 꾸뛰르 공방에서 새로이 제작한 의상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오뜨 꾸뛰르 드레스’는 1980년대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오리지널 드레스의 자수와 비딩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재클린 듀런은 “샤넬 장인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오리지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뻤다.”며 이를 영화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의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는 <스펜서> 속 다이애나의 스타일링 방향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의상으로 ‘레드 트위드 코트’를 꼽았는데요. 이는 샤넬 가을-겨울 1988/89 레디투웨어 컬렉션 제품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되, 크리스틴이 착용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게 준비된 의상입니다.
다이애나 스펜서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은 모든 제작진이
영화를 믿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
– 파블로 라라인
다이애나의 목소리와 억양,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제스처까지. 캐릭터에 대한 깊고 세심한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다이애나를 완성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 영화로 2022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수많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스펜서>를 도전과도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하는 그와 함께 영화에 대해 나눈 짧은 대화를 공유합니다.
샤넬 의상이 다이애나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가?
다이애나는 샤넬과 오랜 인연을 맺었고, 샤넬을 좋아했다. 어떤 사진 속의 그녀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의상은 아름다울지언정 마치 죄수 같아 보였다.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이애나가 샤넬을 입을 땐 그런 느낌이 없다는 거다. 샤넬을 입은 다이애나는 자기 자신이 되어 있었다. 강하고 힘있는 태도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다이애나가 위협을 받는 장면이라면 샤넬 수트를 입혀 일종의 지원을 하고자 했다.
영화에서 샤넬 룩은 모두 다이애나가 도움을 필요할 때 등장한다. 섬세하고 연약한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내가 샤넬의 앰버서더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샤넬 의상으로 촬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고, 의상을 빌릴 수 없었다면 아마 비슷하게 흉내라도 냈을 것 같다. 그만큼 다이애나라는 캐릭터에겐 샤넬은 중요한 일부분이었고 꼭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촬영에 사용한 의상 선택에도 참여했나?
의상 준비의 모든 단계에 참여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과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 그리고 샤넬까지. 모두가 함께 참여한 완벽한 협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룩은 무엇인가?
샤넬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한 룩인데, 많은 아카이브를 살펴본 끝에 선택했다. 이토록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무너진 여성이라니. 상상만해도 가슴이 아프다. 내가 등장한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감정적인 반응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스펜서>의 포스터를 볼 때마다 울고 싶어진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그린 영화 <스펜서>는 오는 3월 16일 개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