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사막 vs 교토 미술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첫 번째 디올 크루즈 컬렉션은 끝없는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노을이 깔린 지평선을 배경으로 커다란 열기구 풍선이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오르는 광경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했다. 모나코와 팜스프링스, 리우데자네이루의 독특한 건축물을 무대 삼아 세 번의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던 루이 비통의 선택은? 교토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시가현의 미호박물관. 푸릇푸릇한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건축가 I.M. 페이가 설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Prada 2018 Resort Womenswear Fashion Show Space 06

리조트? 크루즈?!

최근 컬렉션을 둘러싼 현상들 중 가장 흥미로운 지점을 꼽으라면 리조트⋅크루즈 컬렉션과 프리폴(Pre-Fall) 컬렉션의 강세가 아닐까. 올해는 프라다가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 대열에 가세했다. “사실 이번 쇼에 ‘크루즈’란 이름을 붙이고 싶진 않았어요. 나에게 쇼는 쇼일 뿐이에요. 모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설득에 결국 수긍하고 말았지만요.” 계절의 구분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는 요즘,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여름을 맞이하는 리조트⋅크루즈 컬렉션의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Prada 2018 Resort Womenswear Fashion Show Space Parade 01

 

 

그리스⋅로마 신화 vs 원시 시대

샤넬은 파리 그랑 팔레를 그리스 신전으로 둔갑시켰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미의 기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시에 표현해 놓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요. 고대 성전의 기둥들은 말할 것도 없죠.” 반면, 세계 각국의 신화와 민담을 토대로 탄생한 디올 여인은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책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에서 힌트를 얻은 것. 실크와 자카드 소재 위에 프린트된 동물 그림은 1940년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라스코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코리안 걸 파워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배두나의 우정은 익히 알려진 터. 모나코 궁에서 열린 2015 크루즈 쇼를 시작으로 루이 비통과 인연을 맺은 배두나는 사무라이 갑옷을 연상시키는 올 블랙 룩을 뽐내며 루이 비통 2018 크루즈 쇼의 피날레를 강렬하게 장식했다. 그녀와 함께 루이 비통 런웨이에 오른 모델은 최소라와 정호연. 칼 라거펠트의 총애를 받는 모델 수주의 등장 또한 빠트릴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