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가브리엘 샤넬이 LA로 향한다. 미국의 영화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Samuel Goldwyn)에게 영화 의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터였다. 골드윈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유럽의 패션을 입어 대중의 관심을 영화관으로 돌릴 수 있길 원했고, 여자들을 과시적 럭셔리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인물이 가브리엘 샤넬이라고 생각했다. 가브리엘 샤넬은 <펄미 데이즈(Palmy Days)> <오늘 밤(Tonight or Never)> <스리 브로드웨이 걸스(Three Broadway Girls)> 이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골드윈의 기대의 부응했다. 안타깝게도 번쩍이는 시퀸과 깃털을 장식한 화려하기 그지없는 롱 드레스, 선홍색 입술과 청록색 눈썹 등 할리우드식 취향에 젖어 있던 영화계 인사들은 가브리엘 샤넬의 옷이 극도로 절제되었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배우들의 눈은 달랐다. 여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실제적 아름다움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쟌느 모로부터 로미 슈나이더, 델핀 세리그,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인 폰다에 이르기까지 샤넬의 스타일은 스크린 속 캐릭터를 부각시켰고, 영화 밖에서는 배우의 태도와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그들은 샤넬의 뮤즈가 되었고 더 나아가 샤넬은 당대의 유명 영화제작자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창의적 세계관을 공유했다. 그 후 1백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샤넬은 감독 소피아 코폴라,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고 로비, 릴리로즈 뎁, 마거릿 퀄리와 친구가 되어 할리우드와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세월 협업하며 다져온 관계는 지난 5월 9일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샤넬의 2024 크루즈 컬렉션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엔젤 시티를 상징하는 천사 모티프 네크리스.

샤넬의 상징인 입체적인 까멜리아 코르사주.

LA의 반짝이는 빛과 석양을 표현한 시퀸 장식.

 

우리는 그동안 버지니 비아르의 심미안을 거쳐 탄생한 샤넬 컬렉션에서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아왔다. 최고급과 최첨단으로 무장했지만 보통의 나날을 위한 것이 가득했다. 평범한 현실에 조금의 환상을 더해 나를 보다 나답게 만들어준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매일의 일상을 함께하고 살아 움직이는, 여성 친화적인 옷을 만들겠다는 가브리엘 샤넬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런웨이 위에는 모델들 사이로 ‘보통의’ 다양한 체형을 지닌 여자들이 올랐다. 1970~1980년대 특유의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을 사랑하는 버지니 비아르는 당시의 LA를 상징하는 에어로빅과 댄스의 흔적을 과감하게 드리웠다. 제인 폰다와 신디 크로퍼드를 다시 만나는 듯 다채로운 컬러의 레오타드와 레깅스, 브래지어 등 화려한 스포츠웨어와 디스코 룩이 현대적으로 변화했다. “위대한 영화배우들의 화려함을 기리는 일과 에어로빅, 롤러스케이팅을 비롯한 스포츠를 만끽하는 즐거운 세상을 연상시키는 일, 한편으로는 꿈, 다른 한편으로는 입고 싶은 룩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모든 것이 결국 균형의 문제죠.” 버지니 비아르가 원하는 것을 모아 재 조합하면 이질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관점이 드러난다. 이번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인 폰다가 연상되는 글래머러스한 에어로빅 룩.

여유와 긍정의 에너지가 컬렉션을 관통한다.

 

라인스톤으로 뒤덮은 쇼츠와 점프수트, 섬세하게 수를 놓은 뷔스티에와 손바닥만 한 탱크톱, 196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수트, 배스 가운과 캐주얼하게 변신한 파자마, 1930년대에 나온 신발에서 착안한 디자인과 그것의 디스코 버전, 더블 C 로고의 크레이프 드 신과 테리 소재 수영복, 랩 스타일 톱과 레그 워머의 매치 등 이 모두가 샤넬의 아카이브에 댄스를 결합한 상상력의 결과다. 컬렉션은 따뜻한 햇살 아래 느림의 미학을 누리는 LA 사람들의 유유자적한 삶의 방식을 의상 곳곳에 드리우고 있었다. LA의 웨스트 코스트 정신을 만든 일등 공신은 단연 햇빛이다. 그곳의 맑고 투명한 햇빛은 달리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습도를 머금은 바람과 햇빛은 이곳 사람들을 자연으로 불러내 천천히 시간을 음미하게 한다. 여유는 긍정을, 긍정은 자유를, 자유는 창의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자유롭고 창의로운 사고방식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문화 집단인 할리우드를 만들었다. 영롱하고 투명한 공기를 투과하는 선명한 빛은 환상적인 석양과 색을 만들고, 이는 LA 예술가들에게 색에 대한 독특한 감각을 키워준다. 이 긍정의 빛이 이번 컬렉션을 컬러풀하고 유쾌하며 우아한 세계로 이끈다. LA 특유의 선명한 채도와 캘리포니아의 사그라들지 않는 햇살을 연상시키는 골드는 샤넬 하우스를 상징하는 블랙 앤 화이트와 균형을 이뤘고, 버지니 비아르가 좋아하는 핑크와 배우를 환하게 밝히는 영사기의 밝은 빛이 더해져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완성했다.

 

쾌활한 LA의 분위기를 컬러풀한 프린트로 표현했다.

버지니 비아르가 좋아하는 핑크와 메탈의 조화.

1980년대 LA 에어로빅 붐의 진원지였다.

기쁨과 환희의 에너지는 패브릭, 자수, 프린트로도 드러났다. 골드 컬러의 사각형, 블랙과 골드가 섞인 V자가 반복되는 셰브런 패턴, 칼 라거펠트가 좋아한 미러볼, 밀크셰이크와 롤러스케이트, 코코넛 야자수와 태평양 위로 펼쳐지는 석양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품은 기하학적 패턴과 상징적인 패턴이 컬렉션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상쾌한 공기, 항해, 신나고 행복한 판타지를 제시하고 싶었다.” 버지니 비아르의 말처럼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몸은 가벼워지는, 그야말로 기분 좋아지는 컬렉션이었다. GD, 마고 로비,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리옹 코티아르 같은 쟁쟁한 셀러브리티들이 프런트 로를 밝히고 런웨이 뒤를 이어 스눕 독의 공연이 펼쳐졌다.

 

 

STAR STUDED

프런트 로의 나일 로저스,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 할시.

브랜드 앰배서더 마리옹 코티아르는 샤넬의 2023 F/W 컬렉션의 실크 점프수트를 선택했다.

샤넬의 오랜 앰배서더 GD는 2023 F/W 컬렉션의 트위드 재킷에 까멜리아를 장식했다.

샤넬과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앰배서더 크리스틴 스튜어트.

번쩍이는 메탈 톱과 데님 팬츠를 매치한 브랜드 앰배서더 마고 로비.

영국 배우 엘라 발린스카는 2023 F/W 컬렉션의 트위드 재킷과 쇼츠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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