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서 ‘할리우드 드림’을 주제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샤넬과 영화계 사이의 대화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롭다. 샤넬은 2023년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향한 창의적 우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샤넬과 영화의 우정은 1930년 미국의 영화제작 프로듀서 새뮤얼 골드윈의 제안으로 가브리엘 샤넬이 할리우드 영화의 의상을 담당하며 시작되었다. 새뮤얼 골드윈은 여자를 럭셔리의 틀에 가두는 할리우드식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가브리엘 샤넬에게 영화 의상을 부탁했다. 샤넬의 스타일은 스크린 속 캐릭터를 부각시켰고, 영화 밖에서는 배우의 태도와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렇게 그들은 자연스레 샤넬의 뮤즈가 되었다. 특히 쟌느 모로는 샤넬의 꾸뛰르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영화 안팎에서 즐겨 입기로 유명했다. 영화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에서 델핀 세리그가 착용한 검은색 시폰 베일, <스펜서>와 <퍼스널 쇼퍼>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판이한 두 인물로 변신하는 데 일조하는 대담한 스타일 모두 샤넬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소피아 코폴라, 안톤 코르빈, 영화 학교 쿠트라즈메의 신예 감독들,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옹 코티아르, 바네사 파라디, 마고 로비, 마거릿 퀄리 등 많은 배우는 창의적 우정의 원동력이다. 더 나아가 샤넬은 당대의 유명 영화제작자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창의적 세계관을 공유한다. 샤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영화 예술 아카데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뉴욕 현대미술관 등 권위 있는 기관의 협력사이며 도빌 아메리칸 영화제, 빌라 메디치 영화제, 신진 여성 영화감독을 지원하는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파트너십 프로그램 ‘그녀의 렌즈를 통해서’ 등 여러 방법으로 영화제와 협업하고 있다. 또한 명작 영화의 보존과 복원에 동참하며 영화 유산을 지키는 데 일조한다.

 

JEANNE DU BARRY
칸 영화제 개막작 <잔 뒤 바리>

감독 마이웬 출연 마이웬, 조니 뎁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6분

 

칸 영화제 개막작 <잔 뒤 바리>

 

마이웬은 자신의 영화 <잔 뒤 바리>에서 샤넬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며 캐릭터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삶을 표현했다.

 

 

마이웬은 자신의 영화 <잔 뒤 바리>에서 샤넬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며 캐릭터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삶을 표현했다.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만난 샤넬은 분주했다. 샘 레빈슨 감독의 기대작 <디 아이돌> 시사회에서 하우스 앰배서더인 릴리 로즈 뎁과 K-팝 스타 제니의 모든 일정에 동행했고, 스크린 속에서는 감독 겸 배우 마이웬의 신작 <잔 뒤 바리>와 함께했다. 마이웬 감독은 자신의 여섯 번째 장편영화의 소재로 루이 15세의 마지막 정부 잔 뒤 바리를 택했다. 그리고 자신이 잔 뒤 바리로 분해 프랑스 국왕 역할을 맡은 조니 뎁과 함께 열연했다. 지금껏 분노에 찬 창부로만 묘사된 잔 뒤 바리는 사실 예술과 패션 등 당대 문화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네크라인과 소매, 트레인을 깃털로 장식한 크림색이 감도는 화이트 드레스를 피팅하고 있는 마이웬.

샤넬이 특별히 제작한 여섯 벌의 드레스와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영화 <잔 뒤 바리>마이웬.

 

마이웬은 이토록 자유롭고 진취적인 여성의 놀라운 현대성을 의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고, 계몽주의 시대에 서 영감을 받은 칼 라거펠트의 샤넬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 관심을 표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살펴본 방대한 자료 속에는 18세기에서 영감을 얻은 1980~1990년 대 샤넬 컬렉션 의상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영화 의상은 버지니 비아르와 협업해 창조하고 싶었어요.” 샤넬은 <잔 뒤 바리>의 독점 파트너로 여섯 벌의 의상을 제작했다. “잔의 드레스라면 프릴 같은 장식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코튼 보일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분명하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소재잖아요.”

 

영화 <잔 뒤 바리> 속 잔 뒤 바리 모자는 샤넬의 모자 공방 메종 미셸에서 만들었다.

샤넬이 특별히 제작한 여섯 벌의 드레스와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영화 <잔 뒤 바리>마이웬.

 

1993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화려한 꼬임 장식이 도드라지는 트위드 드레스와 트위드 소재의 짧은 재킷 세트, 커프스와 트레인을 깃털로 한껏 장식한 크림색이 감도는 화이트 드레스, 2000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차용한 라즈베리 컬러로 물든 실크 드레스, 1995년 컬렉션에서 가져온 하늘하늘한 오간자 소재의 하늘색 드레스 등은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무엇엇보다 미래적이던 한 여성의 화려하지만 외로웠던 삶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인 브리 라슨 역시 샤넬을 택했다.

샤넬의 오랜 친구 마리옹 코티아르는 무지개 빛깔의 트위드 의상을 입었다.

 

“샤넬은 예술적 표현,
특히 영화에
열정적이죠.

늘 생동감이 넘치고 까다로우면서도
독특한 영화를
선택해요.

샤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에너지가
아티스트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리옹 코티아르-

 

영화 <디 아이돌>에 출연한 샤넬의 앰배서더 제니는 스위트하트 네크라인 뷔스티에에 블랙 실크 튈 숄을 걸친 듯한 드레스를 선택했다.

영화 <디 아이돌>의 주인공이자 샤넬의 앰배서더인 릴리 로즈 뎁이 입은 파란 까멜리아를 장식한 드레스.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인 브리 라슨 역시 샤넬을 택했다.

영화감독 마이웬샤넬과의 특별한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샤넬의 롱 드레스와 코코 크러쉬 라인 주얼리를 착용했다.

 

과감한 미장센을 위해 마이웬은 가브리엘 샤넬이 1932년 제작한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의 가장 상징적인 리에디션을 착용했고, 루이 15세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하이 주얼리인 프랑쥬 네크리스의 리에디션 버전을 착용했다. “그림이나 역사책 등의 레퍼런스에 구애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폐쇄적인 세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그 시대를 기록하고 싶었죠. 샤넬과 협업한 덕분에 미묘하고 절묘한 접근 방법으로 인물의 의상에 정확성을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튬 디자이너 위르겐 도링(Ju¨rgen Doering)은 이렇게 덧붙인다. 이러한 영화적 모험은 공방의 노하우 덕분에 가능했다. 플루 전문 공방인 팔로마, 깃털 장식 공방 르 마리에, 모자 공방 메종 미셸, 금세공 공방 구센이 힘을 보탰다. 샤넬은 영화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영화가 제시하는 관념을 지지하는데, 이번에는 특별 상영으로 공개한 모나 아샤쉐의 다섯 번째 작품인 <리틀 걸 블루>의 제작을 도왔다.

모로코 감독인 아샤쉐가 연출한 <리틀 걸 블루>는 한 여성이 자유를 찾는 여정을 그린 독립영화로 감독은 영화에서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 아이를 통해 그들 간의 연결된 관계를 다루며 여성의 운명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냈다. “샤넬은 예술적 표현, 특히 영화에 열정적이죠. 늘 생동감이 넘치고 까다로우면서도 독특한 영화를 선택해요. 새로운 작품의 제작과 기존 작품의 복원에 제공하는 지원은 놀라운 수준이에요. 영화계에서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고 효과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죠. 샤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에너지가 아티스트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리틀 걸 블루>에서 어머니 역을 맡은 마리옹 코티아르는 영화제작과 관련된 샤넬의 헌신과 영화인들이 받은 인상을 이렇게 증언한다. 샤넬은 라마타 툴라예 사이의 장편영화 <바넬과 아다마>의 상영을 축하하는 파티의 협력사로서 칸의 밤을 열기로 가득 채우며 칸 영화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영화계에서 샤넬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한 기념비적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