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Pilotto

쇼가 열리는 월도프 힐튼 호텔의 살롱에 들어서자 비비드한 플라스틱 스툴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반적으로 간결하고 원색적인 컬렉션이었다. 파스텔컬러, 스트라이프, 오리엔탈 트로피컬 프린트, 로맨티시즘과 스포티즘이 공존했다. 아주 부드러운 핑크, 라일락, 민트, 베이비블루 컬러의 스트라이프와 플라워 패턴을 풍부하게 활용해 몸을 타고 흐르는 듯 페미닌한 실루엣의 드레스를 디자인했고, 이따금 트레이닝 웨어와 프린트 티셔츠를 등장시켜 단조로움을 벗어났다. 플라워 패턴은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디자이너들이 일본의 오키나와를 다녀온 후 그들의 꽃꽂이 방식을 떠올렸고 일본계 영국인 화가인 피터 맥도널드(Peter McDonald)의 그림에서 컬러를 착안했기 때문. 룩이 반복적이긴 했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과 프린트, 디자인을 영민하게 포착해 조합한 쇼였다.

Jason Wu

그간제이슨우는흠잡을데없이한껏 차려입은 여자들을 위한 옷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편안한 무드를 우위에 둔 듯 보인다. 그가 떠올린 건 신축성이 뛰어난 저지 소재 그리고 역사상 이소재를가장잘다룬위대한디자이너 마담 그레다. 정교한 드레이핑 기법을 적용한 저지 드레스와 스커트는 캐시미어 니트나 실크 재킷과 어우러지며 여유를 뽐냈고, 넉넉한 와이드 팬츠와 허리를 드러낸 미드리프 드레스는 플랫 슈즈를 만나 한결 안정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가끔은 한숨 돌려도 문제없다는 듯 말이다.

Fendi

선 그리고 컷아웃. 새봄 칼 라거펠트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로맨틱하게 변주하는 데 집중했다. 다른 종류의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고, 어깨와 허리 부분을 삼각형으로 커팅해 관능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 여기에 디자이너가 거듭 애정을 밝힌 동양적인 플로럴 프린트가 그려진 가죽 벨티드 코트, 클래식한 FF 로고를 프린트한 퍼 보머 재킷, 투명한 패브릭으로 제작한 셔츠와 백 등 구매욕을 콕콕 자극할 만한 아이템이 줄을 이었으니! 펜디의 봄이 기대되는 건 나만이 아닐 듯하다.

Lacoste

14년 만에 고향 파리로 돌아온 라코스테는 이른 아침 튈르리 공원에서 쇼를 선보였다.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는 이번 시즌 라코스테의 프렌치 헤리티지를 디자인에 담아냈다. 특히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폴로 셔츠를 투톤 배색, 오프숄더 드레스 등 다채롭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형했고, 심벌인 악어를 곳곳에 배치했다. 또 브랜드의 창시자인 르네 라코스테가 가장 아끼던 더블 브레스티드 블레이저를 등장시켜 라코스테가 파리 태생의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경쾌한 밴드의 음악과 튈르리 공원의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흥겹고 생동하는 기운이 가득했던 ‘라코스테 모닝’ 이었다. 웰 컴백!

Sonia Rykiel

이번 시즌부터 소니아 바이 소니아 리키엘과 통합한 소니아 리키엘 컬렉션은 단번에 바캉스를 떠올리게 했다. 단연 돋보인 점은 웨어러블한 스타일! 니트 드레스나 스트라이프 수영복에 라피아 백을 멘 채 발랄하게 걷는 소녀들은 휴가를 준비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움직일 때마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스팽글재킷과룩곳곳에자리잡은굴과 진주 모양의 액세서리들은 한여름 해변가의 모래사장을 연상시켰다. 조금 올드하다고 평가받는 부분을 의식했는지 티셔츠를 레이어드하거나 남성스러운 테일러링의 오버사이즈 재킷을 믹스 매치하는 등 종전과 다른 젊고 파워풀한 무드로 컬렉션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