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1

뉴트럴 팔레트를 주조로 스포티즘과 페미니즘을 로맨틱하게 조합해내는 알레산드로 델라쿠아의 저력은 이번 시즌에도 빛을 발했다. 관전 포인트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아이템들을 비범한 조합으로 믹스 매치해 신선한 룩으로 재탄생시킨 것. 속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 니트나 드레스 안에 통통 튀는 원색 란제리를 입거나 여릿한 시폰 드레스에 탈착 가능한 가죽 후드 스카프를 더해 캐주얼한 분위기를 가미하는 등 컬렉션 전반에 따라 하고 싶은 스타일링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그중 크리스털로 헴라인을 촘촘히 장식한 체크 펜슬 스커트와 크롭트 니트 톱은 에디터의 위시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쿨했다.

Rochas

로샤스의 컬렉션은 20세기 중반 파리에서 출발한다. 궁정에 만개한 꽃,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색감 대비, 인판테 스타일의 드레스와 로맨틱한 볼륨까지 어느 하나 그 시대에서 벗어난 것이 없었을 정도! 보통 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디자인은 재현에 지나치게 충실할 위험을 지니지만, 델라쿠아는 지극히 동시대적인 컷아웃 디테일과 실루엣을 가미하며 이러한 우려에서도 완벽히 벗어났다. 레드 브라톱에 H라인 스커트를 받쳐 입은 룩이 그 대표적인 예. 넘버21에 이어 로샤스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델라쿠아가 선사할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