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rgio Armani

예상은 적중했다. ‘클래식’이라고 단정 짓기엔 그저 딱 ‘아르마니’스러운 룩들이 퍼레이드를 펼친 것.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초현실적인 판타지를 글래머러스하게 풀어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팝아트풍의 플로럴 프린트 시스루 팬츠 수트, 가죽을 위빙 기법으로 엮은 뷔스티에 톱, 새틴 팬츠 수트 등 지극히 이탤리언스러운 룩을 줄줄이 선보였다. 그러나 정작 기억에 남는 건 볼드한 네크리스와 지오메트릭 오브제 이어링, 커다란 플로피 햇 등 액세서리 정도였으니! 헤리티지를 고수하는 건 좋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Moschino

‘이슈 메이커’란 타이틀에 걸맞게 이번 시즌에도 제레미 스캇의 위트는 빛을 발했다. 매 시즌 쇼의 테마가 함축된 아이폰 케이스를 선물하는 그의 이번 작품은? 바로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의 깜찍한 캐릭터가 뛰노는 핑크빛 케이스. 예상은 적중했다. 라이더 재킷과 새틴 뷔스티에, 발레리나 스커트, 피시넷 타이츠로 동화 속 판타지를 구현한 바비 인형이 줄줄이 등장한 것. 특히 1991년 피터 린드버그가 촬영한 <보그> 화보에서 엄마 신디 크로퍼드가 입은 옷을 오마주한 룩을 입은 카이아 거버의 오프닝, 거대한 꽃다발로 변신한 지지 하디드의 피날레는 SNS를 뜨겁게 달구며 화제가 됐다. 컬렉션의 완성도를 논하기 전에, 대중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는 제레미 스캇의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Valentino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든 저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의 한 구절에서 시작된 발렌티노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판타지와 일상을 아우르는 은유적 재해석’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모티프를 달로 정했다. 우주를 주제로 퓨처리즘적으로 표현한 여타 컬렉션과 달리 시퀸 장식과 다양한색,흐르는듯한볼륨등으로 발렌티노만의 우주를 글래머러스하게 표현한 것. 평범 속에서 비범을 이끌어내고 싶었다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블루종, 카고 팬츠 등 캐주얼한 아이템부터 여자들이 꿈꾸는 화려하고 로맨틱한 드레스까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쇼피스들은 달콤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