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피부 화장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하다시피 했던 컨투어링 메이크업의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여름을 맞아 뜨거운 태양 아래 그을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브론즈 메이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캘리포니아 소녀들을 연상시키는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한 브론즈 메이크업이 아니라 미국 상류층 소녀들이 즐길 법한 모던하고 클래식한 브론즈 메이크업이 대세로 떠올랐다.
프렌치 시크를 추구하는 프랑스 여성들과 브론즈 메이크업은 어쩐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알투자라 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가 보여준 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파리지엔의 브론즈 메이크업’을 주제로 세련되고 절제된 룩을 선보였다. 피부 톤을 어둡게 만드는 대신 헤어라인과 광대뼈, 턱 주변에 브론즈 색상의 파우더를 가볍게 발라 얼굴 윤곽을 입체적으로 살리고, 화사한 펄이 섞인 샴페인 골드 색상의 하이라이터를 광대뼈 위쪽에 발라 건강한 윤기를 더했다. 브론저와 비슷한 색상의 아이섀도로 쌍꺼풀 라인과 아랫눈썹 라인에 음영을 만들고, 브라운 마스카라를 가볍게 발라 눈매에 깊이감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자벨 마랑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리사 버틀러 역시 클래식한 브론즈 메이크업의 정석을 보여줬다. 파우더 타입 대신 크림 제형의 브론저를 두 뺨에 부드럽게 문질러 햇빛에 살짝 그을린 듯한 효과를 주고, 여기에 복숭앗빛 블러셔를 덧발라 은은하게 상기된 뺨을 표현했다.
피부 톤이 밝아 컨투어링 효과를 주는 브론즈 메이크업이 부담스럽다면 피부의 촉촉한 윤기를 강조한 투명하고 깨끗한 브론즈 메이크업에 도전해보길. 조셉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지 알렉산더는 피부 표현에 공을 들여 누드 메이크업 같은 브론즈 메이크업을 시도했다.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기 전 시트 마스크와 트리트먼트 로션으로 피부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만들고, 리퀴드 파운데이션에 진주 펄을 함유한 프라이머를 섞어 얇게 펴 바르고, 광대뼈 위쪽과 눈썹 뼈, 콧등, 턱 중앙에는 밤을 톡톡 두드려 발라 윤기를 주었다. 그런 다음 오렌지 누드 톤의 립스틱을 입술뿐 아니라 눈두덩과 뺨에 발라 자연스럽게 윤곽을 살리고, 눈썹을 보이시하게 표현해 세련된 에지를 더했다. 프라발 구룽 쇼를 위해 한여름의 따스하고 밝은 에너지를 메이크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다이앤 켄달은 모이스처 크림과 미스트로 피부를 마치 물기를 머금은 것처럼 촉촉하고 투명하게 표현한 다음 눈꺼풀에 투명한 립글로스를 발랐다. 그리고 브론저 색상의 블러셔를 광대뼈에 사선으로 발라 음영감을 더해 마무리했다. 주근깨가 비치는 투명한 피부에 회갈색의 컨투어링 파우더를 바르고 눈썹 결을 거칠게 살려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소녀를 연상시켰던 보테가 베네타 쇼의 모델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브론즈 메이크업 특유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매력을 강조한 쇼도 눈길을 끌었다. 베르사체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팻 맥그래스는 브론즈 색상의 아이섀도로 눈매를 그윽하게 표현하고 골드 펄 아이섀도로 눈꺼풀 중앙과 눈머리에 포인트를 주었다. 여기에 광대뼈 아래와 턱선에 브론저로 음영감을 주고 입술에는 골드 펄이 섞인 누드 톤 립스틱을 발라 마무리했다. 아딤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토 사다는 짙은 반달형 눈썹과 길고 풍성한 속눈썹, 오렌지 브라운 톤의 눈매와 상기된 뺨, 누드 립으로 197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룩을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이제 여름 휴가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브론즈 메이크업의 매력을 마음껏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