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수면 부채(sleep debt)’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수면생체리듬연구소의 초대 소장 윌리엄 C.디멘트(WilliamC. Dement) 교수가 처음주창한 이 개념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누적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수면 부족이 밀린 잠을 자는 것으로 금세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상태라면, 수면 부채 상태는 수면의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갚기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것. 이러한 수면 부채 상태가 지속되면 암이나 당뇨, 고혈압, 알츠하이머의 발병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2주 연속, 6시간 이하(현대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5시간이다)로 수면을 취한 사람은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질 만큼 뇌 건강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 팀의 결과도 있다. 이렇듯 수면 부채라는 말이 수년째 회자되는 이유는 수면 부족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데, 그 이유는 신기하게도 우리 몸이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 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면 부족 상태가 지속되어 수면 부채 상태에 이르면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당장 오늘 밤에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해 몸이 피곤한데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유가 무엇일까? 잠은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한 근육의 긴장도부터 실내 온도, 신체 활동량, 습도, 일조량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숙면을 방해한다. 모처럼 쉬는 날, 오랜 시간 잠을 자도 여전히 몸이 찌뿌둥하고 피곤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숙면에 도달하는 네 가지 가이드를 살피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꿀잠을 만끽해보길.
적절한 실내 환경 유지 실내 온도는 체온 조절과 숙면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요즘처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더욱 잠들고 개운하게 일어나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는 낮은 실내 온도가 심부 체온 상승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옷을 겹겹이 입어 체온을 유지하거나 일어나기 1시간 전에 난방이 가동되도록 타이머를 설정하고, 잠들기 전 실내 온도를 22~23℃로 맞추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건조한 공기도 숙면에 방해가 된다. 특히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가습기를 약하게 틀어두거나 수건을 물에 적셔 머리맡에 두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자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숙면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면의 불안감 달래기 잠은 우리 몸과 유기적 관계로 얽혀 있다. 몸 내부와 외부의 밸런스가 맞춰져야 비로소 숙면에 빠져들 수 있다. 몸이 편하다고 느끼는 최적의 환경이라 해도,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결코 편안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이런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감정을 느끼는 정도가 섬세하면서, 기분을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런 경우에 근본적으로는 불안의 원인을 찾고 올바른 인지와 행동을 이끌 수 있는 인지 행동 요법을 권한다. 이는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국한되는 것으로, 전문 테라피스트가 심리 상태나 성격을 고려해 적절한 수면 리듬을 찾아주어 해외에서 각광받는 치료법 중 하나다. 수면제 같은 즉효성은 없지만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장점이다. 숙면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초조한 마음으로 잠들려고 애쓴다면 이 또한 내면의 불안감에 잠식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깊은 잠에 빠지기 어렵다. 잠들기 전 5분이라도 생각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심신 안정에 효과적인 라벤더, 로즈마리 등의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살짝 들이쉬면 긴장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활용해볼 것.
편안한 몸 상태 만들기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은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신체 내부적 편안함과 외부적 편안함. 먼저 내부적으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체내 마그네슘 부족이 대표적이다. 마그네슘은 수면을 돕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체내 조절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숙면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만약 원인 모를 스트레스나 불안감으로 잠들기 어렵다면 마그네슘이 부족한 경우일 수 있으므로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영양제는 정해진 시간에 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외부적으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상태는 좀 더 주관적이다. 그러므로 나의 몸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숙면을 위한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보통 매트리스와 베개의 구조에 주목하는데, 통기성과 소재 또한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다. 흡수성이 우수한 테리 소재나 너무 무겁지 않은 소재를 선택해야 깨지 않고 잘수 있다. 베개는 내 머리 모양과 목의 각도에 맞고, 뇌의 온도를 낮춰 수면의 질을 높이는 통기성이 뛰어난 소재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심부 체온을 낮춰라 흔히 잠이 오지 않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추운 계절에 뜨끈하게 목욕하면 몸이 따뜻해지면서 수축된 혈관이 열려 열이 방출되므로 잠이 잘 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잠을 건강하게 푹 잘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우리 몸은 신체의 중심 온도인 심부 체온과 피부 표면의 온도가 비슷해야 숙면을 취하기 최적의 상태가 되는데, 뜨거운 물로 목욕한 직후 잠이 들면 심부 체온이 높아져 자는 도중에 매우 답답하고 덥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40℃ 이상의 목욕물에 담근 몸의 심부 체온이 원래 상태인 37℃ 전후로 내려가는 데 9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므로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목욕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6~39℃의 따뜻한 물로 가볍게 하거나, 심부 체온은 유지하면서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는 족욕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