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좀 더 수월하게 영화제가 개최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다이빙벨> 상영 이후 영화제가 입은 생채기는 쉬이 아물지 않았고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은 영화제를 잘 치르겠노라는 하나의 마음으로 뭉쳐 서로의 영역에서, 혹은 언제든지 일을 나눠가며 영화제를 준비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이자 중심인 아시아 영화인들이 모여 그간 영화를 만들기 위해 쏟아부었던 열정과 노력을 칭찬하고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가 함께 의기투합했고, 그렇게 시작된 아시아 스타 어워즈가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이했다. 여기에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샤넬이 응원을 보태 10월 13일 ‘BIFF Asia Star Awards 2017’이 열렸다.

 

 

올해도 많은 영화인이 어워즈를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유리정원>의 신수원 감독과 오랜만에 복귀한 배우 문근영을 비롯해 배우 안성기와 권해효, 조성하, 문소리, 이정진, 이제훈, 최민호, 이원근, 임윤아, 전여빈, 노정의, 오승훈 등과 감독 정지영, 신연식 등이 자리를 빛냈다. 예정에 없던 깜짝 손님도 있었다. 올해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과 <죽여주는 여자>의 이재용 감독이 지난 해에 이어 어워즈를 찾았다.

 

 

이 밖에도 홍콩 국제영화제 로저 가르시아 집행위원장, 베를린 국제영화제 크리스토프 테헤리테 포럼 부문 집행위원장 등 주요 영화인도 자리를 빛냈다. 영화제를 향한 애정 하나로 늘 기꺼이 사회를 맡아주는 배우 이윤지의 환영 인사로 어워즈가 시작됐다. 올해는 영화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고 모흐센 마흐 말바프 감독과 바흐만 고바디 감독, 대만 배우로 영화제의 오랜 친구이인 양궤이메이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김지석 선생의 꿈을 지지하기 위해 어워즈에 함께했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배우에게 수여하는 ‘라이징 스타상’ 수상자 발표로 어워즈가 시작됐다. 영화로는 막 필모그래피를 쌓기 시작했지만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임윤아가 그 주인공이었다. 올해 아시아 스타 어워즈는 어워즈의 출발점인 ‘아시아 영화인들을 소개하는 자리’라는 의미에 걸맞게 ‘아시아의 얼굴들’ 부문을 신설했다.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메리와 마녀의 꽃>으로 부산을 찾은 스기사키 하나, 태국에서 열렬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릴라: 이별의 꽃>의 수꼴라왓 카나롯, 아오자이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한 영화 <디자이너>의 배우 닌 두옹란 응옥, 그리고 <두 남자>와 <인랑>의 최민호가 아시아의 얼굴들로 선정됐다.

 

 

올해는 ‘특별상’도 준비했다. ‘특별상’을 만든 이유는 시상자로 나선 권해효의 말로 대신하겠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 배우의 위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우려도 많았죠. 하지만 이 배우를 보고 있으면 든든한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항상 도전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특별상은 <여 배우는 오늘도>로 감독에 도전한 문소리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공로상 수상자는 액션 누아르 영화의 대부, 오우삼 감독이다. 영화만이 이 세상에 맞설 수 있다는 소감은 많은 영화인들의 마음에 새겨졌다. 주목할 만한 감독에게 주어지는 ‘비저너리 감독상’은 천재 애니메이터로 불리는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이 받았다.

 

 

수상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아시아 영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던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추모 무대를 위해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양궤이메이가 그와 나눈 추억을 전했다. 두 사람은 무대에 올라 김지석 선생의 빈자리를 슬퍼하는 모든 사람을 위로하듯 서로를 깊이 안은 후 말을 이었다. 당일 아침 김지석 선생이 묻힌 곳에 다녀왔다는 양궤이메이는 눈물을 겨우 참으며 그가 모든 아시아 영화인의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는 말을 남겼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축제의 크기보다도 더 컸던 영화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그에 대한 사랑을 잊지 말자는 말을 전했다.

 

 

이어진 아시아 스타상 수상자는 올해의 의미 있는 작품인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의 이제훈과 <나라타주>로 영화제에 초청받은 아리무라 가스미였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추모 무대 뒤에 무대에 오른 이제훈은 6년 전 <파수꾼>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했던 때를 회상하며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보고싶다는 수상 소감으로 모두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마지막 올해의 배우 상은 장동건에게 돌아갔다. ‘많은 후배들이 따르고 또 후배들을 잘 챙기며 앞으로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배우’라는 안성기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장동건은 수상 소감과 함께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 대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

올해의 배우 상을 끝으로 모든 시상식이 끝난 후 싱어송 라이터 조동희의 공연과 함께 많은 영화인이 만찬을 즐기며 아시아 영화인의 밤이 깊어갔다. 도대체 영화가 뭐길래 그 자리를 채운 수많은 영화인이 온 마음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을지 미처 그 끝까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부디 또 그 다음 해에도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내년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 큰 힘이 되어주기를, 또 그들에게 영화제가 든든한 응원의 자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