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을 상징하는 요소는 무한하다. 블랙과 화이트, 체인과 버클, 가죽과 트위드에 이르기까지 당장 떠오르는 것만 꼽아도 열 손가락은 단숨에 넘어갈 정도이니 말이다. 니트웨어 역시 그중 하나다. 편안하고 친근한 소재라는 이유로 비교적 조명은 덜 받았지만, 샤넬은 니트의 영역을 공예로 확장하며 줄곧 그 아름다움과 섬세한 미감을 알려왔다. 버지니 비아르는 1백 년 전 니트 저지를 사용해 몸을 옥죄는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과 니트를 향한 애정을 계승한다.
시즌마다 고유의 관능미를 니트웨어에 투영하는 것. 속이 비치거나, 입지 않은 것처럼 가볍거나, 마치 예술 작품을 두른 듯 풍성한 자수로 장식하고 다양한 질감으로 완성한 니트는 기능과 미감의 측면에서 샤넬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한다. 여기, 샤넬 2021/22 공방 컬렉션을 관통하는 주제 ‘니트’에 관해 꼽은 13가지 키워드가 있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니트의 신세계로 당신을 인도할 샤넬의 스토리와 컬렉션 룩을 눈여겨보길.
니팅과 자연
니트는 공예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원사가 드레이핑을 통해 몸의 형체를 감싸는 부들부들한 옷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샤넬은 핸드 니팅의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대적인 기계 니팅을 활용하고 있으며, 여름용 면사부터 화려한 실크, 극세사 메리노 울, 알파카, 퓨어 캐시미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천연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저지의 세기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을 위해 가볍고 부드러운 옷을 만들고자 했고, 니트 저지를 사용하면서 1910년대 초 패션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이때 제작한 실크 저지 세일러 블라우스는 지금까지도 역사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샤넬과 배리
배리 니트웨어(Barrie Knitwear)는 1903년부터 스코틀랜드 보더스의 하윅(Hawick)에서 세계 최고의 캐시미어 니트를 만들어왔고, 2012년 샤넬에 인수되며 공방의 일원이 됐다. 쇼에 등장한 크리스털 버튼 장식의 바이올렛 카디건과 가슴 아래를 사각형 실버 시퀸 밴드로 장식한 크롭트 스웨터가 배리의 작품이다.
카디건 샤넬
카디건은 남성 의복에 여성적인 터치를 가미한 결과로, 우아함을 상징한다. 버지니 비아르는 경쾌하고 대조적인 컬러와 패턴 조합으로 매 시즌 카디건을 재해석하고 있다.
니트인가 트위드인가?
샤넬에서 직조한 트위드와 니트 패브릭은 눈과 손을 속인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니트의 표면에 소프트 핑크, 퍼플, 청록색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고 그 위에 블랙 앤 화이트 체크를 겹치면 판타지 트위드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교묘한 니트웨어가 완성된다.
스트라이프
가브리엘 샤넬은 바다를 사랑했고, 20세기 전환기부터 뱃사람과 운동선수의 유니폼, 속옷에서 영감 받은 니트 의류를 선보였다. 특히 세일러 칼라가 달린 저지 스웨터와 랩 블라우스는 1913년 도빌 부티크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끄는 주력 상품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2021/22 공방 컬렉션의 오프닝 룩을 통해 이런 모티프를 기린다.
착시 효과
니트가 트위드의 모습을 닮듯이, 자수도 니트웨어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속이 비치는 롱 슬리브 블랙 크레이프 조제 드레스는 르사주의 자수 덕분에 크리스털과 하얀 울이 여기저기 박힌 짧은 블랙 스웨터를 레이어링한 것처럼 보인다.
니트웨어를 입은 샤넬 하우스의 친구들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부터 런던과 할리우드의 레드카펫까지.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위해 만든 니트웨어는 카메라 앞에서 빛을 발하며 입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편안함과 개성을 잘 보여준다.
제2의 피부 실버
섬세한 메탈릭 니트웨어는 몸의 라인을 따라 붙는 특성이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 실버 니트는 관능적이면서도 화려한 레이어링 도구로 탄생했다. 틴셀 캐미솔 톱과 가슴 앞에서 묶는 오픈 베스트, 롱 카디건으로 구성한 룩을 참고할 것.
캐주얼 시크
황토색 캐시미어 레깅스와 세트인 롤넥 스웨터에서부터 블랙 지퍼 코트, 주얼 버튼 장식 버뮤다 쇼츠, 코발트블루나 브라이트 바이올렛 컬러의 밴도, ‘스누드’ 스카프, 손가락 없는 장갑까지. 흑백의 우아함을 스포티하게 구현했다.
공방 니트웨어는 본질적으로 단순하면서도 다채로운 기술과 무게를 구현할 수 있다. 2021/22 공방 컬렉션을 위해 샤넬 공방의 일원인 몽텍스는 블랙 카디건 위에 거대한 크리스털 자수 버튼을 더했고, 르사주는 미니스커트와 세트인 톱의 주머니를 비드, 체인,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입체적인 터치
현대성을 추구하는 버지니 비아르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니트웨어에 하우스의 코드를 적용한다. 모노크롬 카디건과 반짝이는 입체 아플리케 장식을 더하고, 실버 틴셀로 만든 더블 C 모티프나 멀티컬러 홀로그램을 흩뿌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르 트랑 블루
샤넬은 1924년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린 발레 뤼스(Ballets Russes)의 작품 <르 트랑 블루(Le Train Bleu)>의 초연을 위해 니트 의상을 디자인했다. 소프트 스트라이프 탱크톱과 반바지로 구성한 세트, 스트라이프 패턴의 긴 양말은 무용수의 유연한 움직임에 적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