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돌아온 ‘핫’팬츠 트렌드.
2023 F/W 패션위크 기간, 가장 아이코닉한 순간을 꼽으라면 에마 코린이 브리프만 입은 채 미우미우 런웨이에 등장한 때가 아닐까. 미우치아 프라다는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어렸다면, 팬티만 입고 외출했을 거다!”라고 선언하며 말 그대로 ‘하의 실종’ 트렌드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노’ 팬츠 패션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이 파격적인 스타일을 일상에서 시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이런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속옷과 팬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길이의 마이크로 팬츠를 대거 선보였다. 쇼츠에 모던한 롱 코트를 매치해 미니멀한 느낌을 강조한 구찌, 시그니처인 벨벳 셋업을 마이크로 쇼츠 버전으로 재해석한 피터 호킹스의 톰 포드가 대표적인 예. 지난 시즌에 이어 브리프를 런웨이에 올리며, 캐주얼한 레이어드 룩에 녹여 그 존재감을 중화한 미우미우는 또 어떤가. 알렉산더 맥퀸처럼 사이하이 부츠를 착용해 노출 범위를 최소화하는 스타일링도 좋은 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마이크로 쇼츠는 이전에도 ‘핫팬츠’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했다. 다만 과거 핫팬츠 트렌드의 키워드가 ‘관능미’였다면, 현시대의 하의 실종 패션은 당당한 애티튜드로 즐기는 자기표현의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