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MBATTISTA VALLI

THEME 로맨티시즘, 낭만주의 INSPIRATION 플로럴 패턴으로 꾸민 유럽풍 침실, 화려한 정원, 도자기 PALETTE 화이트, 그린, 레드, 핑크 FAVORITE LOOK 동화 속 공주가 입을 법한 핑크 러플 장식 플라밍고 드레스 POINT 극대화한 로맨티시즘. 깃털, 러플, 자수, 레이스 등 섬세한 기법을 사용했다.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과감한 액세서리를 더한 자유로운 스타일링 역시 주목할 만하다.

GIAMBATTISTA VALLI

입이 떡 벌어지도록 화려한 드레스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길 바랄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원마일 웨어, 트레이닝복, 스웨트 팬츠 같은 옷들은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시즌 런웨이에 거대한 칵테일 드레스 대신 활동성을 보장하는 짧은 드레스와 데이웨어를 주로 선보이고, 강렬한 메이크업과 파워풀한 애티튜드를 더해 한층 젊은 분위기로 채웠다. 컬렉션 자체에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진 않았지만 퍼프 숄더와 러플, 리본 등 옷만 보면 여전히 곱디고왔다. 후반부에 등장한 소수의 이브닝드레스는 비대면 방식이라도 레드 카펫을 밟아야 하는 셀럽들에게 환영받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모두가 스포티와 편안함을 외칠 때 브랜드의 정체성을 올곧게 지켜내며 드레스 행렬을 펼친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은 지켜보는 내내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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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바티스타 발리는 트렌드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굳건히 지켜내는 디자이너지만, 이번 시즌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처럼 살결이 은은하게 비치는 소재와 러플 등 로맨틱한 디테일, 부드러운 컬러와 리본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하되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 버킷 햇이나 미래적인 디자인의 선글라스로 힙한 무드를 가미한 것. 물론 매 시즌 큰 변화를 추구하는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이 정도 변화는 극도로 소극적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고상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세계 곳곳의 부유한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점을 상기하면 일률적인 디자인에 소소한 자극을 주고 싶어 한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리본 장식 외에 어떠한 요소도 더하지 않은 블랙 콜드 숄더 드레스는 지금껏 보지 못한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모던하고 미니멀한 면모를 담고 있으며, 좀 더 동시대적인 모습을 보여줄 다음 컬렉션에 궁금증을 품게 만들었다.

GIAMBATTISTA VALLI

지암바티스타 발리를 상징하는 고전적인 실루엣의 시폰 드레스가 자취를 감췄다. 그것들을 대신해 런웨이에는 중성적인 모자와 톰보이 같은 버뮤다팬츠, 세련된 드레스와 대비되는 두꺼운 밑창의 워커 부츠가 연이어 등장했다. 발리는 이번 컬렉션에 부르주아 여성을 향한 애정을 담아냈으며, 자신의 상상 속에서 부르주아 여성들은 안전 지향적인 한편 자유분방하고, 겨울에도 스타킹을 신지 않으며 성적으로도 개방된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부르주아 여성에 대한 그의 독특한 정의에는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그가 현대 여성을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와 코트, 재킷과 팬츠는 이전 스타일에 비해 훨씬 멋스러웠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모든 쇼를 통틀어 가장 모던했던 이번 쇼는 더욱 발전할 브랜드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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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바티스타 발리와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관계다. 타고난 로맨티시스트인 그에게 꽃은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니 말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꽃을 보고 또 연구했을 그가 택한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꽃의 정원이다. 모든 모델은 각자 마치 한 송이 꽃처럼 런웨이를 정원 삼아 피어났다. 잔잔하거나 대담한 플라워 패턴은 물론이고 꽃잎처럼 생명력이 느껴지는 러플 장식, 섬세하게 표현한 꽃 모양 레이스, 꽃봉오리 같은 퍼프소매 등 꽃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의 향연이었다. 그는 가볍게 나풀거리는 깃털 헤어피스와 난초 꽃잎을 붙인 대담한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었다. 레이스 버킷 햇으로 젊은 기운을 불어넣은 건 신의 한 수! 어떤 이들은 ‘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반대편에서는 한결같은 주제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그의 재능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장담하건대 로맨틱한 드레스를 찾을 땐 누구든 제일 먼저 지암바티스타 발리를 떠올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