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nder Wang

‘#WANGFEST’라는 해시태그가 큼직하게 적힌 검은 버스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오가기 시작했다. 버스 문이 열리고 카이아 거버,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수키 워터하우스, 미즈하라 기코 등 그 이름도 쟁쟁한 32명의 톱 모델과 셀러브리티가 내리자 어둑한 골목길이 순식간에 런웨이로 변신했다. 조명을 실은 덤프트럭과 낡은 펜스가 무대장치의 전부였지만 길거리에 선 관객과 프레스는 자신들마저 퍼포먼스의 일환이 된 듯한 느낌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알렉산더 왕의 장기인 가죽과 데님 소재를 주축으로 슬리브를 허리에 묶은 디테일의 테일러링 재킷, 아디다스와 협업한 새로운 컬렉션과 란제리 룩이 쏟아져 나왔고,이 모든 과정이 전 세계에 디지털 스트리밍되었다. 어디에서나 그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검은 덤프트럭이 거리를 메운 브루클린의 밤이 그 어느 곳보다 쿨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Fendi

선 그리고 컷아웃. 새봄 칼 라거펠트는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로맨틱하게 변주하는 데 집중했다. 다른 종류의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고, 어깨와 허리 부분을 삼각형으로 커팅해 관능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 여기에 디자이너가 거듭 애정을 밝힌 동양적인 플로럴 프린트가 그려진 가죽 벨티드 코트, 클래식한 FF 로고를 프린트한 퍼 보머 재킷, 투명한 패브릭으로 제작한 셔츠와 백 등 구매욕을 콕콕 자극할 만한 아이템이 줄을 이었으니! 펜디의 봄이 기대되는 건 나만이 아닐 듯하다.

Y/Project

극도로 평범한 실루엣 뒤로 역동적인 라인의 슬라우치 팬츠가 등장한 후에야 관객은 마음을 놓았다. ‘예쁘다고 평가받는 옷을 만들고 싶지 않다’던 그의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차였다. 이어 등장한 옷들은 헨리 8세와 햄릿으로부터 영감 받은 요소에 스트리트 무드와 놈코어를 절묘하게 조합한 스타일. 특히 망사로 감싼 팬츠는 어떤 소재라도 쿨하게 바꿔놓는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제2의 베트멍’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전 시즌에 비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쇼였다.